초라했던 국내 백신 콜드체인, '환골탈태' 가능할까

초라했던 국내 백신 콜드체인, '환골탈태' 가능할까
사진=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보건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실은 운송 트럭이 도착, 관계자가 백신 수송함을 이송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기로 국내 백신 콜드체인이 재정비되는 양상이다.

콜드체인은 제품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저온 유통 시스템이다. 냉동·냉장 보관해야 하는 의약품과 식품 등의 운송에 필수적이다. 특히 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은 출하부터 최종 소비단계인 접종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백신이 직사광선이나 상온에 노출되면 역가가 떨어져 질병을 예방하는 접종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백신 콜드체인은 체계적인 점검·관리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질병관리청의 '국내 생백신의 콜드체인 유지관리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19년 국내 민간 의료기관 47곳 중 수두 백신을 적정온도인 2~8도에 보관한 곳은 11곳으로 23%에 불과했다. 보건소는 39곳 가운데 15곳(38%)이 적정온도를 지켰다. 백신 보관 수단은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용 냉장고가 25.4%, 가정용 냉장고가 40.7%로 집계됐다. 보건소는 의료용 냉장고가 84.2%, 가정용 냉장고가 13.2%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활용될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져 대량 회수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유통을 맡은 민간업체 신성약품이 배송 과정에서 백신을 스티로폼 상자가 아닌, 종이상자에 담았으며 백신을 실은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고 제품을 전달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당시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을 이미 접종받은 인원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26일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부는 콜드체인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려면 백신 콜드체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회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상온 노출 사고가 발생하면 감당해야 할 손실도 컸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유통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수행기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의 백신은 물론,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들여오는 백신의 유통·보관을 맡긴다. 각 백신들의 특성과 보관 적정온도에 따라 맞춤형 콜드체인이 운영된다.

냉동·냉장보관을 담당할 민간 물류업체도 선정, 평택과 이천 등지에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mRNA 백신은 동원아이팜이 한국초저온 물류창고를 확보해 관리한다. 2~8도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트리비앤티에 맡겨졌다. 

백신 품질 유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됐다. 유통 협력업체로 배송 시스템 관리 전문 업체 엠투클라우드를 참여시켜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했다. 통합관제센터는 백신의 이동 동선,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백신의 보관 상태와 지역·기관별 재고 파악도 이뤄진다. 아울러 각 지자체의 초저온 냉동고 구매 비용 일부가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됐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 26일부터 2일 0시까지 누적 접종자는 2만3086명으로 집계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만2191명, 화이자 백신 895명이다. 접종 후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총 156건 접수됐지만, 신고 내용은 모두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 예방접종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경증 사례로 파악됐다. 쇼크를 동반하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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