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의사가 또 수술대에"…수술 후 장애 피해 환자 호소

"편도수술 중 설인신경 손상…평생 장애 피해
의료사고 소송 중 또 다른 사고 발생 막아야"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편도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특히 수술 집도의가 이전에도 의료사고를 일으켜 환자가 사망에 이른 전례가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편도수술 집도의의 두 번째 의료사고 피해자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저는 편도수술 의료사고의 추가 피해자입니다. 더 이상 억울한 의료사고 피해자가 없도록 강력한 재발 방지 제도와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6일 게제재돼 이날 11시 2분 현재 1만2796명의 동의를 얻었다. 

30대 청원인 A씨는 "어린시절부터 만성 편도염으로 일 년에 2~3주씩 병원에 입원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지난해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편도제거 수술을 권유받아 시술하게 됐다"고 말 문을 열었다. 

A씨는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지만 의사의 수술 중 의료과실에 의해 입 안 설인신경이 손상되는 엄청난 의료사고를 겪게 됐다"면서 "음식물이라고는 전혀 삼킬 수 없는, 연하장애를 안은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편도수술 후 설인신경 손상은 제 케이스가 최초의 사례로 발생한 만큼 의사의 어이없는 과실이었다"면서 "더 분하고 기가 막히는 것은 제가 이 집도의의 첫번째 의료사고 피해자가 아닌 추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10일 편도수술을 받았다. 이후 다음날 퇴원하라는 집도의의 말과 다르게 약 복용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과 기침이 심해 추가 입원을 부탁했다. 하지만 집도의는 일반적인 증상이라며 퇴원을 강행했다.

그는 수술 1개월이 지나서야 수술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집도의로부터 '수술 중 열을 발생하는 기구가 있는게 그 기구가 신경을 건드려서 그렇다'는 말과 회복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집도의가 추천한 양산의 대학병원에 가서 재검과 치료를 진행했지만 대한민국에서 편도수술로 설인신경이 손상된 사례가 없어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술 이후 목 안의 감각을 잃은 A씨는 영양제와 수액에 의존하고 있어 몸무게가 급격히 빠졌고 현재 이로 인해 직장도 잃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편도 제거 수술을 받다 숨진 6세 아이의 유족이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씨에 따르면 이 집도의는 이전에도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다. 

지난 2019년 10월 양산의 한 대학병원 어린이 병동에서 편도 제거 수술 이후 숨진 6세 아동과 관련된 사고다.

해당 아동의 부친인 B씨는 지난해 7월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의료사고 방지 및 강력한 대응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국민청원에 올려 2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받았다. 

당시 B씨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 등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강력한 입법을 청원했다. 

당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답변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둘러싼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이견을 소개하면서 "숙고의 과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이 집도의가 제게 재활치료를 권한 대학병원은 (의료사고로 숨진 6세 아동) C군의 수술 병원이었으며 저의 치료를 담당했던 대학병원 의사들 모두 수술 집도인의 지인들이었다. 저는 철저히 의사들에게 기만당했으며 아무런 사실도 모른 채 그 집도의의 또 다른 의료사고 희생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B씨의 청원 내용 중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가 있었다. 이 법이 신속히 개정되고 보완됐다면 저는 그 집도의에게 수술 받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면서 "제도와 법률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저와 같은 피해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A씨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A씨는 "(의료사고를 일으킨)병원과 의사는 원한다면 '소송하라'며 양심의 가책이나 도의적인 책임조차 느끼지 않았다"면서 "해당 집도의는 곧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중과실 의료사고 의료인의 면허 취소 및 정지 △병원이나 의료인이 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환자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인이 일정기간 내 환자 또는  가족, 유족에게 의료사고 발생 경위 등을 설명하는 제도 도입 등을 촉구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 취소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술실 CCTV. 경기도/연합뉴스

與 면허취소법·CCTV 설치법 추진,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집증책임 법안 발의도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돼있다면서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 공표제와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오랜 기간 숙성된 논의이고 특히 국민적 공감을 얻은 사안으로 3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도 의료법 개정안들을 이날 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여야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데에는 합의했다. 다만 수술실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0일 SNS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설치를 외면하는 건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다음날인 21일 SNS에 "나는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고 밝히면서 "일부 야당의 반대나 신중 의견이 있지만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이 배상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배상책임 면해주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정청래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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