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사 얼굴이 성매매 사이트에” 봇물 터진 피해 사례

“동료 교사 얼굴이 성매매 사이트에” 봇물 터진 피해 사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올라온 ‘교사 분양’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 “같은 학교 선생님 사진이 도용되어 성매매 사이트에 올려져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 “학생이 교사 얼굴을 캡처, 유포하고 성희롱 발언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학교는 교사가 선처하라는 식으로 대처하였습니다”

#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 사진을 캡처해 그 사진을 학부모들끼리 단체 카톡방에서 돌려봤습니다. ‘어리게 생겼다’ ‘살집이 있어 보이는데?’ 등 외모를 평가했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에 교사를 분양하겠다며 온라인 수업 중인 교사 얼굴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다. 교원 사이에서는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은 25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수업 중인 교사 사진 초상권 침해 문제’에 대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 중이다.

교사노조연맹에 따르면 설문조사 시작 3시간여 만에 교사 5000여명이 답변했다. 이 가운데 동료 교사나 본인이 초상권 침해 피해를 실제로 당했다는 답변은 600여명(약 8%) 이었다.

“모 학교에서 수업 중인 교사의 특정 표정을 캡처해 학생들이 이모티콘처럼 사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임 아이디 프로필에 교사 사진을 활용했다” “학부모가 교사 사진을 캡처해 지역 맘카페에 올렸다” 등의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설문조사의 높은 참여율은 당근마켓 사건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예전에는 졸업앨범을 통해 얼굴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높았다. 원격수업 실시 이후 공포가 일상화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료 교사 얼굴이 성매매 사이트에” 봇물 터진 피해 사례
지난해 3월30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Zoom 플랫폼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간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서울형 온라인 교실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최근 당근마켓에는 교사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입양하시면 10만원 드림. 진지하니까 ‘잼민이’(초등학생 비하 단어) 드립치면 신고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교사들은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는 입장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학부모가 SNS에 온라인 수업을 듣는 자녀를 찍어 올리면서 선생님 얼굴도 노출되는 등 경각심이 부족한 일이 왕왕 있었다”면서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당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이런 사건이 생겨버렸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수업 초기부터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사 인격권, 초상권 침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착취물이 제작·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에는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하고 능욕하는 교사방이 운영됐다는 점이 우려를 높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 ‘원격수업 중에 선생님이나 친구를 무단으로 촬영해 배포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원격수업 10대 실천수칙을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또 교사 얼굴을 위변조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퇴학까지 가능하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학부모 요구가 높다는 이유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격수업은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업 중심, 실시간 쌍방향 수업 3가지 방식이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원격수업 질을 높이기 위해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취지에 교사들도 동의한다”면서도 “그에 준해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자료, 영상녹화방지시스템 마련 등 대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며 올해 교권 침해 사례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며 “피해 교사나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이 교사의 초상권, 인격권 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육부에 ‘사이버 및 원격수업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 제작·보급을 재차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학기 시작 즈음 개인정보나 초상권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원격수업 지침을 다시 내려보낼 예정”이라며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교육부가 이를 제작해 배포하기에는 난감한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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