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책엔 '청소년', 청소년정책엔 '주거' 없다

SH공사‧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주거권 보장 정책 토론
"청소년 주거지원시설 설립해야"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청소년 주거지원시설 설립, 대안 주거 마련, 주거급여 제도 개선 등을 주문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23일 ‘집 밖에서 집을 찾다’-청소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서울주택도시공사 공식 유튜브인 청신호tv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했다. 이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아동·청소년 주거권 보장 원칙과 정책을 제안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거리 아웃리치 기관, 대안학교,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성폭력상담소, 대안공동주거 등 다양한 청소년 지원현장들과 청소년 주거권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 법률가 등이 함께 모여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가정복귀와 시설보호 범주만으로는 수렴시킬 수 없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의 요구에 주목하며 그 열쇠를 ‘주거권’에서 더듬어 찾고 있다.

주거 사각지대 내몰린 청소년들

지난해 5월 기준 보건복지부가 고개한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수는 ▲2005년 9420명 ▲2010년 8590명 ▲2015년 4503명 ▲2019년 4047명이다. 이같이 경제적, 가정 문제 등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보호시설에서 성정하게 된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청소년’이 되어 사회에 강제적으로 내몰리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아동자립지원단이 공개한 ‘2016년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자립 후 겪는 문제점으로는 경제적 어려움(31.1%)과 주거문제(24.2%)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경제적 문제와 주거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주거복지와 청소년복지 정책에는 청소년과 주거가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청소년복지지원법’에는 원가정에서 이탈됨으로써 일정한 주거가 없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충분한 주거지원 규정이 없다. 

다만 ‘위기청소년’에 대한 특별지원의 내용으로 ‘숙식제공 등의 지원’을 두고 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원가정복귀를 전제로 한 임시적 시설 수용의 방식인 ‘청소년 시설(쉼터)’ 등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주거지원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거정책의 기본 원칙이 되고 있는 ‘주거기본법’은 청년과 지원대상아동의 주거수준을 향상시킬 것과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편리한 주거생활을 지원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학생 등 청년층, 지원대상아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거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주거권네트워크는 “청년, 지원대상아동, 주거약자,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학생 등의 정의가 탈가정 청소년을 완전히 포섭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진=방송 화면 캡쳐.

“청소년 주거복지센터 등 주거 지원 강화해야”

우선 주거권네트워크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소년 주거복지센터 설립과 이들을 위한 대안 주거를 요구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청소년주거복지센터를 각 지자체에 설치해서 주거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주거지원 정보 제공, 지원주택 등 주거서비스 연계, 주거의 유지·관리 및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거 기반 지원, 그 외 지역사회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는 삶의 지원(복지서비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을 위한 대안주거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가출청소년’ 수는 27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르면 1년간 약 3만명의 청소년만이 청소년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쉼터를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국가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지에 머무는 주거취약계층들을 전수조사하고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원해 이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도록 돕고 있다. 히지만 탈가정 청소년은 사업의 대상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전수조사를 통해 발굴된 탈가정 청소년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대상자가 될 수 없고, 원천적으로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과거에는 오로지 시설보호제도만 있었지만 최근에는 탈시설 및 대안주거 제공을 요구한다는 점 등은 청소년이 장애인, 홈리스, 노인과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유독 청소년만 여전히 원가정 복귀 혹은 시설 수용의 관점으로 주거 또는 보호 정책이 설계‧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주거급여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현행 ‘주거급여법’은 가구단위 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별가구의 구성에서 만 30세 미만의 미혼자녀는 부모와 동일 보장가구에 포함되어 있어, 탈가정 아동·청소년이 단독으로 주거급여의 수급 대상이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외적으로 원가정과의 관계 단절을 증명하고 원가정과의 생계 및 주거를 달리한다고 확인받은 경우에 한하여 별도의 보장가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족관계 해체의 증명, 주거급여를 받고자 하는 사람 명의의 임대차 계약과 전입신고 등이 필요하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아동‧청소년의 탈가정 사유 중 가장 압도적인 것은 아동학대와 방임이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이 부모를 신고하거나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남겨두지 못한다”며 “또한 민법상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아동·청소년이 탈가정 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엔 법적,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보호대상아동 발생 원인으로는 ‘학대’가 36.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모 이혼 18.8% ▲혼외자 15.9% ▲부모사망 및 질병 9.6% ▲유기 8.2% ▲비행‧가출‧부랑 5.9% ▲부모빈곤 및 실직 5.1% ▲미아 0.5% 등이다.

사진=안세진 기자

이밖에 위탁가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강화를 통해 보호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위탁가정의 비중이 낮다. 정책적 지원 강화를 통해서 위탁가정의 양은 확대되고 보호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2019년 기준 위탁가정의 수는 8955가정이고, 1만1411명이 생활하고 있다. 가정위탁 보호 비율은 24%다. 위탁보조금은 월 30∼50만원이고, 아동용품비로 매년 100만원이 지급된다.

주거권 네트워크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사례를 보면 국가가 보호하는 아동 중 10%가 시설이나 그룹홈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위탁가정을 이용한다”며 “기본적인 위탁 양육비용으로는 한화로 매달 72~100만원이 지원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만으로 위탁가정 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위탁 가정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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