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골 따라 피어난 겨울 꽃

-자연이 그린 겨울 갯벌畵/ 강화 동검도를 가다.

하늘을 마음껏 유영하는 드론을 띄워보니 땅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들의 눈으론 볼 수 없는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벌거벗은 겨울나무 같기도 하고, 하늘로 오르는 용처럼 보이기도 하더니 드론을 더 높이 올리니 웅장한 산맥처럼도 보인다.

-갯벌에 드론 띄우니 올 겨울 마지막 장관 한 눈에
-간간히 천연기념물 두루미도 먹이활동
-팬션, 리조트, 골프장 들어서며 생태계 위협

[쿠키뉴스] 강화/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 “우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처음 보는 그림이네요. 무슨 산맥 같기도하고 나뭇잎처럼도 보이고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도 보이네요” 드론이 100여m 상공에서 전송하는 사진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관광객 김지형(48) 씨는 자신도 드론을 배워서 날려보고 싶다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강추위가 이어졌던 지난 18일, 서울에서 근거리이면서도 갯벌이 잘 보존되어있는 강화도 동검도 일원의 해안을 찾았다. 겨울 갯벌, 드론 취재는 눈이 온 후 강추위가 이어져야 제대로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다. 큰 기대를 안고 이른 아침 강화도의 부속 섬 동검도에 들어가기 위해 초지대교로 진입하자 좌우측으로 바닷가 갯골 따라 겨울 꽃이 피었다.
초지대교 건너 강화도 남쪽의 동검도 가는 도로 건너편에는 갯벌이 드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드론을 올렸다. 바다건너 멀리 청라국제지구와 영종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완전히 차오르는 만조시간이지만 우리말로는 ‘조금’, 한자어로는 소조기(小潮期)여서 바닷물이 갯벌 중간정도 밖에 밀려들지 않았다.
강화도 갯벌은 강화도 남단 길상면·화도면 연안에 인접해서 발달한 갯벌을 가리킨다. 김포를 지나 초지대교를 건너 좌회전, 동막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안가를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을 만나게 된다.

드론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넓은 갯벌 사이로 다양한 형태의 갯골 따라 얼음이 얼어있었다. 이틀 전 내린 눈은 거의 녹아 100% 만족은 못했지만 땅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들의 눈으론 볼 수 없는 풍경들을 사람 손바닥보다 조금 큰 문명의 이기가 연신 멋진 그림들을 송출해주고 있다. 특별히 강추위가 이어지지 않는 한 올 겨울 마지막 장관이다.

갯벌생태계가 잘 살아있어 동검도 인근에는 매년 겨울이면 40여 마리의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가 월동을 한다. 이곳을 찾는 두루미들은 철원을 비롯해 내륙을 찾는 대부분의 두루미들이 곡물을 섭취하는 것과 달리 갯벌에서 칠게 등을 먹이로 활동하면서 뭍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취재에 동행한 이종렬 생태사진가는 “이곳 강화 갯벌은 먹잇감이 풍부해 굳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지 않아도 되지만 바닷가 가까이 건물이 들어서고 관광객을 비롯한 인간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자꾸 새들이 뭍에서 멀어진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우수가 지나면서 겨울 철새들은 번식지로 돌아가기 시작하지만 날씨가 추워서인지 오전에는 갯벌에서 먹이 활동하는 두루미를 관찰할 수 없었다.
강화도 갯벌은 한강에서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들을 정화해 오염농도를 줄인 후 먼 바다로 내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캐나다의 동부 해안, 미국의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강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강화도 갯벌은 남단 길상면·화도면 연안에 인접해서 발달한 갯벌로 347.4㎢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갯벌 규모는 우리나라 서남해안 간석지의 11.4%, 경기도 간석지의 41.1%를 차지하고 있다.

갯벌은 환경·생태학적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다. 갯벌은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를 연결하면서 두 생태계의 완충기능을 가지고 있다. 갯벌의 기능 중 중요한 것은 자연정화 활동으로 흔히 갯벌을 '자연의 콩팥'이라고 부른다. 갯벌에 서식하는 많은 생물들은 염생식물과 함께 하천에서 바다로 유입된 육상의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정화조 같은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돌아본 동검도를 비롯한 강화도 일대 경치가 좋은 곳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해안이 보이는 곳이면 펜션과 위락시설, 골프장까지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강화지역 갯벌이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감출 수 없다.
물이 빠진 동검도 갯벌에서 두루미 부부가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다. 흔히 학(鶴)으로도 불리는 두루미는 ‘뚜두루, 뚜두루’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해, ‘두루미’라는 순 우리 이름을 얻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202호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오후 들어서 동검도 일대를 다시 돌아보았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일렁이는 갈대숲 뒤로 갯골이 얕은 곳에서 부터 서서히 그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다 위에 떠있던 고깃배들도 갯벌 위에 자신의 온몸을 드러내고 비스듬히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화도 남단에 위치한 동검도는 1985년 제방도로가 생기면서 육지와 이어졌다.
2018년 1월에는 길상면 선두리와 동검도를 연결하고 있는 기존 제방을 연육교 형태의 교량으로 개량해 해수유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갯벌생태계를 복원 중이다.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 가족이 동검도 주변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강화도 갯벌에서 겨울을 보낸 두루미들은 2월 중순에서 3월 초면 대부분 번식지로 돌아간다.

동검도(東檢島)는 한강을 통해 한양으로 진입하는 선박을 검문하던 곳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강화 석모도 서쪽에는 중국의 배를 검문하던 서검도(西檢島)가 있다. 동·서검도는 한양으로 가는 배들의 해상검문소였던 셈이다.


오후 들어 기온이 제법 오르자 혹이라도 번식지로 모두 떠났을까 걱정했던 두루미 무리가 갯벌 여기저기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는 제법 멀어도 검정색 갯벌에 흰 두루미는 쉽게 관찰되었다. 두루미의 먹이활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취재차 안에서 600mm 대포(초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의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두루미 가족의 증명사진 취재를 마친 후 두루미들이 놀라지 않게 드론을 멀리, 높게 날려서 전경사진을 담고 나니 겨울 해는 벌써 서쪽으로 뉘엿뉘엿 기울고 있다.
동검도 연육교 인근에서 바라본 해넘이.

서해안의 섬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육지를 바라보면 일출, 바다를 바라보면 일몰이 가능하다.
동검도 선착장은 영종대교 여명이나 청라국제지구의 마천루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담을 수 있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일몰 역시 동검도 인근 동막해변도 좋지만 동검도 연륙교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한 폭의 그림이다. 신 새벽 장비를 챙겨서 집을 나서기가 힘들었지만 원하는 갯벌畵에다가 두루미 가족, 날씨가 좋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짓궂은 구름사이로 숨어버리던 저녁 해가 오늘은 끝까지 카메라 렌즈를 붉게 물들였다. 운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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