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설 대목, 여기 있었네…4천만원에 상생 ‘퉁친’ 그곳

코로나에도 연매출 '4조' 코스트코…하남점, 배짱개점 2년 그후 [가봤더니]

설 연휴를 앞두고 코스트코 하남점이 붐비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설 연휴 먹을 식료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손님들이 많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코스트코 하남점은 지난 2019년 4월 개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 지난 9일 저녁 8시 반 코스트코 하남점.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매장은 퇴근한 직장인부터 인근 주민들까지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계산대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뒤늦게 카트를 끌고 들어서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 계산을 마친 카트에는 소고기, 생수, 과일 등 식료품과 휴지, 세제와 같은 생필품이 가득했다.

# 이튿날 낮 12시 경기 하남시 덕풍시장의 한 과일가게. 평소라면 설 명절을 앞두고 손님들이 한창 붐빌 시간이지만, 이곳 사장은 “기대만큼 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떡집, 정육점 골목도 설 대목을 맞은 것 치곤 활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에 전과 떡, 만두피 등 명절 음식이 예년만큼 팔리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설 명절 하루 전, 현장 유통가의 상황은 엇갈렸다.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하남점에는 연휴를 맞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렸지만, 전통시장인 덕풍·신장시장 등에선 비대면 설날에 ‘대목 같지 않은 대목’이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유통시장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무색할 정도로 ‘대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지하 1층엔 설날을 맞아 각종 농·축·수산물과 가공·냉동식품들이 즐비했고, 한우 사태와 양지, 등 육류가 불티나게 팔렸다. 딸기와 석류 등 과일과 비빔밥, 연어회, 초밥 등의 2~3인분용 음식도 인기였다. 소갈비찜과 전골 등 가정간편식 제품을 카트에 담는 손길도 많았다. 

비교적 20~40대의 젊은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 주로 서울시 강동‧송파구나 하남 신도시인 미사지구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명절 음식보다 연휴 기간 집에서 먹을 식료품 구입에 의미를 뒀다. 정부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귀성을 포기하고, ‘집콕’을 선택한 것이다. 

신혼부부인 김치완(40) 씨는 “코로나19에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걸로 친지들과 이야기를 했다”면서 “명절 음식을 특별히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연휴 동안 먹을 간식과 음식을 구매하러 이날 코스트코를 방문했다”라고 했다. 코로나19에 코스트코 이용을 시작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생활용품 매대에서 만난 30대 주부 최모씨는 “코스트코 대용량 상품을 이웃과 소분해 사용한다”면서 “배송에 시간이 걸리는 온라인몰보다 가성비가 좋다”라고 평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창고형 할인점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설 연휴를 하루 남겨두고 있는 덕풍시장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반면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2km 남짓 떨어진 덕풍‧신장시장 등에선 명절 대목이 실종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에 명절 분위기가 꺾이면서 사람들의 씀씀이도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로 명절 음식을 취급하는 떡집과 과일가게 등이다.

덕풍시장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이광영(43‧가명) 씨는 “올해 설날 주문은 예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라며 “사람들이 모여야 떡 등 음식이 팔릴 텐데, 평상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절 등 종교시설에서도 행사를 줄이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애써 준비한 떡들을 다 팔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2년 전 개점을 강행한 코스트코 하남점에 대한 원성도 쏟아냈다. 코스트코 하남점은 하남시 신도심인 미사동과 구도심 덕풍동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에 코스트코에 유입 손님을 다 빼앗기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시장을 자주 찾던 기존 고령층의 손님조차도 최근 가족과 함께 신도심으로 이사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명절 대목치고 예년과 같은 큰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지난 2019년 5월 25일,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반대 2차 궐기대회 / 사진=한전진 기자
엄밀히 말하면 코스트코 하남점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라 개점할 수 없는 매장이었다. 상생법에 따르면, 대형유통시절은 신규 점포 출점 시 지역 소상공인과 협의 후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코스트코 하남점은 정부의 개점 연기 권고와 하남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4000만원의 과태료를 내고 ‘배짱개점’을 진행했다. 과태료가 미미하니 법을 어겨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스트코는 4년 전 송도점 개점 때도 똑같이 과태료를 내고 출점을 강행했다. 상인들은 외국 기업에 무기력한 상생법에 분통을 터트린다. 24년간 신장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환(61·가명) 씨는 “국내 기업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었겠나”라며 “국내법을 만만하게 보는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이득만 취해가고 있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계에선 코스트코가 국내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부를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코스트코 코리아는 미국 본사에 23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진행했다. 이는 코스트코 코리아가 2019년 거둔 순이익 1055억원의 무려 2.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코로나19에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2019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4조5229억원으로 전년보다 8.4%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코스트코식 개점 강행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현재도 상생법에 지연되거나 검토 중인 사업들이 있는데 이는 역차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데, 사회 환원은 국내 기업에 비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라고 꼬집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코스트코의 상생법 무시와 국부 유출이 지나치나고 지적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근 ‘한국은 ‘봉’, 코스트코 2300억 미국본사에 배당'이라는 논평을 통해 “연 4조원이 넘는 코스트코의 매출엔는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피눈물이 배어 있다”며 “이들이 법까지 무시하면서 출점을 강행하는 데는 과태료 처분으로 물게 될 벌금보다 하루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관련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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