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도 현지화 전략…K팝 장외전

▲ 빅히트 재팬 소속으로 데뷔를 앞둔 케이·니콜라스·의주·경민·타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3단계 K팝의 실현.”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박진영 프로듀서는 지난해 일본 그룹 니쥬(NiziU)를 데뷔시키며 이렇게 자평했다. K팝 가수들의 해외 진출(1차), 외국인 멤버 영입(2차)에 이어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하고 프로듀싱하는 단계로 나아갔다는 의미다. 최근 JYP를 비롯한 대형 기획사들은 ‘K팝 현지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기획사의 야심과 ‘자국민 K팝 아이돌’을 향한 각국 팬들의 염원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이런 움직임에 발을 들였다. 빅히트 일본 법인은 올해 일본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가수를 뽑는 ‘빅히트 재팬 글로벌 데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지난해 Mnet ‘아이랜드’에 출연했던 연습생 케이, 니콜라스, 의주, 경민, 타키가 일찌감치 데뷔 멤버로 낙점됐고, 새로운 오디션을 통해 추가 멤버를 선발할 계획이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니쥬와 달리, 빅히트 재팬의 새 보이그룹은 다국적 멤버들로 구성된다. 데뷔가 확정된 5명 가운데 일본인은 케이와 타키 둘 뿐이고, 의주와 경민은 한국인, 니콜라스는 대만 출신이다. 빅히트 재팬은 추가 멤버를 뽑기 위한 오디션에서도 참가자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방시혁 빅히트 의장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이끈 프로듀서 피독과 안무가 손성득이 참여하고, 일본 유명 안무가 이노우에 사쿠라와 소마 겐다 음악프로듀서 겸 음향감독 등도 멘토로 합류한다.


현지 반응은 호의적이다. 특히 최종 단계까지 올랐던 멤버 케이를 중심으로 ‘아이랜드’의 일본 팬들이 결집하고 있다. 이달 초 빅히트 재팬이 글로벌 데뷔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자, 일본 내 트위터엔 ‘케이 군’(ケイくん) ‘케이’(ケイ) 등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젠다이 신문은 “(‘아이랜드’로 결성된) 그룹 엔하이픈이 데뷔한 후에도 케이를 데뷔시켜 달라는 SNS에 계속 게시됐다”며 “글로벌 데뷔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는 팬들의 댓글이 넘쳤다”고 전했다.

▲ JYP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그룹 니쥬
K팝의 현지화 전략은 이미 니쥬와 웨이션브이의 성공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JYP가 제작한 니쥬는 ‘일본판 트와이스’로 불리며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자신들의 K팝 육성 시스템으로 중화권 멤버들을 발굴해 데뷔시킨 웨이션브이도 중국에서 각종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기획사인 ‘쇼비티필리핀’이 제작한 다국적 아이돌 그룹 SB19가 인기다. SB19는 빌보드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20년 결산 소셜50 차트에서 NCT드림, 엑소 백현, 스트레이키즈를 제치고 7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연예인의 해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며 이 같은 현지화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국내 팬들 사이에선 ‘K팝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정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중·일이 역사·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얽혀있어서다. 앞서 니쥬의 한 멤버는 전범기업 창업자의 자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웨이션브이의 일부 멤버들도 홍콩 시위 당시 경찰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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