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밝은 빛 위해 우리 잠깐 어두워져요

'코로나19'가 바꾼 연말 서울의 밤

- 연일 확진자 증가로 밤 9시 이후 서울은 멈춤
- 서울의 밤은 사실상 통금
- 강변역과 건대입구역 등 줄줄이 문 닫은 역 주변 포장마차
- 밤 9시 이후 대중교통 30% 감축운행, 택시 찾는 시민들
- 명동, 홍대에 문 닫은 음식점 등 불꺼진 번화가

[가봤더니] 밝은 빛 위해 우리 잠깐 어두워져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이상 나오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검토하고 있는 17일 밤 9시,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마치 도시 전체가 소등 된듯 어둠에 갇혀 있다.
[쿠키뉴스] 박태현 기자 = “밤 9시 이후 도시의 불을 끄겠다”

지난 4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사실상 통금에 준하는 조치를 2주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이 넘어서자 불이 켜져 있는 식당들은 의자를 정리하고 가게 안 손님들은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백화점부터 대형마트는 물론 노래연습장, 실내 골프연습장, 대로변에 길게 늘어선 포장마차들까지 마감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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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밤, 9시가 넘어서자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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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조금 지난 시간, 명동거리 내에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왼쪽 상단)에는 의자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불이 꺼진 음식점과 옷가게 등 상점들은 마치 영업이 종료된 새벽을 연상케 한다.
지난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 학생, 일반 시민들의 오후 9시 이후 일상이 멈춰섰다. 서울은 광장을 밝히던 대형 트리도, 밤낮없이 네온사인이 반짝이던 명동과 건대 앞, 맛의 거리도 오후 9시가 되자 일제히 불을 끄기 시작했고 10시를 전후로 거리는 적막감만 흘렀다. 건대 맛의 거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오늘 종일 손님이 없었다”며 “원래 9시에는 문을 닫는데 요즘에는 아예 종일 문을 닫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밤, 강남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새벽에 퇴근하는 기분”이라며 “예전 같으면 이 시간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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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역 인근 포장마차들이 문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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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강변역 인근 포장마차도 일찌감치 영업을 마감한 모습을 보였다. 
포장마차 점주들도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간, 강변역과 건대입구역 인근 떡볶이와 순대 등을 파는 포장마차들은 영업을 마치고 서둘러 뒷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9시가 넘어선 시간 포장마차 거리는 침울한 분위기를 더했다. 한 포장마차 주인은 “코로나가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그나마 문을 열지 않는 게 남는 것 같아 내일부터 연말까지는 휴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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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역 인근 택시 승차장(위)에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서성이는 반면 텅 빈 고속터미널 버스정류장(아래) 전광판에 21시 이후 버스감축운행을 알리고 있다.
대중교통 야간운행도 오후 9시 이후 30% 감축했다. 시내버스는 지난 5일부터, 지하철은 지난 8일부터 감축 운행했다. 강남역 근처 한 아르바이트생은 “9시에 마감하고 퇴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나왔는데 배차시간이 길어졌다”며 “날도 추운데 대중교통 운행도 감축한다고 하니 택시를 타야하나 걱정이다”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2.5단계 격상 이전 대중교통 혼잡도를 고려했을 때 운행을 감소해도 혼잡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며 시민들의 조기 귀가를 유도하기 위해 밤 9시 이후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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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0시,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역 먹자골목 내 음식점과 상가들 불이 꺼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인 지금 우리는 과거의 ‘야간 통금’ 제도가 있던 시절로 돌아간 듯 큰 변화를 안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국민의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을 제한하고 통제의 강도도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통제의 걱정 없이 일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는 '잠깐의 불편함과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모두가 잠시 떨어져 사는 삶'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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