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마음으로 쓰고 손때 묻혀 완성한 이야기 [들어봤더니]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삶은 계속됩니다. 함께 살아냅시다.(Life goes on. Let’s live on)”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제75회 유엔 총회에서 미래 세대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무력과 혐오의 가운데서도, 방탄소년단은 ‘절망에서 벗어나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자’고 호소했다. 


20일 오후 2시 공개되는 ‘비’(BE)는 방탄소년단이 당시 들려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음반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당황스럽고 공허한 1년을 보냈다. 답답하고 서글픈 감정도 들었다. 이번 음반은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서로 위로했으면 한다”면서 “세상이 멈춘 것 같아도 삶은 계속된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라이프 고우즈 온’(Life Goes On)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특징인 얼터너티브 힙합 장르의 곡이다. ‘절망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RM은 “‘다이너마이트’와 뿌리가 같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분위기는 서로 다르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자신을 지켜내자는 메시지가 일맥상통한다는 의미다. 첫 무대는 오는 23일(한국시간) 열리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펼쳐진다. 방탄소년단은 이 시상식에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페이보릿 팝/록 그룹’ 부문 후보로도 올랐다.

이 외에도 음반에는 슈가‧제이홉‧지민‧뷔의 유닛곡인 ‘내 방을 여행하는 법’부터, 뷔가 만든 ‘블루&그레이’(Blue & Gray), 빌보드 핫100 1위의 순간을 담은 ‘스킷’, 슈가의 자작곡 ‘잠시’, 제이홉이 작업한 ‘병’, 정국이 만든 RM‧진‧정국의 유닛곡 ‘스테이’(Stay), 그리고 지난 8월 발매돼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지 총 8곡이 실린다.

음반 제작 과정을 총괄한 지민을 필두로, 멤버들은 각자 분야를 나눠 음반 제작에 깊이 관여했다. 비주얼 총괄을 맡은 뷔는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 떨렸는데, 내게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영상 촬영을 좋아한다던 정국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연출했고, RM은 음반 디자인, 슈가‧제이홉‧정국은 프로덕션&코디네이션을 맡았다. 지민은 “작업하면서 우리에게도 위로가 많이 된 음반이다. 다른 많은 분들도 (‘비’에서) 위로를 받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 나눈 일문일답.


Q. 앞서 유튜브를 통해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이나 투어처럼 우리와 팬들이 유지했던 물리적인 연결이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이런 시도를 해봤다. 팬들이 우리와 좀 더 연결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RM)

Q. 앞서 이번 음반을 일기장에 비유했는데, 내말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나.

“쉽지만은 않지만 음악으로 우리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팬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과 욕구를 많이 담았다. 말로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음악으로 표현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진)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 누가 자신의 일기를 공개하고 싶겠나. 그런데 이것을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게 하는 게 음악의 힘이다.”(제이홉)

Q.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게 음반의 메시지다. 방탄소년단은 ‘좌절하지 않는 힘’을 어디에서 얻나.

“저는 이미 많이 좌절했고, 그 후엔 옆에 있는 멤버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내가 좋아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공연을 못하게 되면서 ‘내가 뭔지 모르겠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음반을 작업하면서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일을 좋아하는지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좌절 속에서 다시 일어나게 됐다.”(지민)

“결국 관계인 것 같다. 흔히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나. 뭔가를 성취하면 물론 기쁘고 행복하지만 그 이면엔 공허함이나 후회가 남는다. 늘 좌절한다. 늘 어렵다. 하지만 멤버들, 회사, 우리 음악을 들어주시는 수많은 분들과의 관계를 믿음으로써 절망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RM)

Q. 코로나19 이전에 구상했던 음반은 어떤 내용이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19 이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대부분 (신보를 작업하기 전엔) 활동하면서 우리가 어떤 정서와 생각을 갖게 되는지, 어떤 상황을 맞게 되는지를 지켜본다. 그 잔여물이 남을 때까지 시켜보고 음악으로 발효시키는데, 이번엔 그럴 여지도 없이 펜데믹이 찾아와서 ‘비’ 음반을 만들게 됐다.”(RM)

Q. 신나고 가벼운 느낌의 ‘다이너마이트’로 핫100 정상 등 팀의 최고 기록을 썼다. 이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

“거대한 그림이나 서사도 좋지만, 우리의 정서나 작가적인 면이 있어야 팀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멤버들이 제작 전반에 참여했고, 지금도 작가적인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RM)

Q. 훌륭한 성과를 거둔 뒤에 허탈함이나 번아웃이 찾아오진 않았나.

“순위나 상이 원래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래서 허탈함은 크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를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음악을) 잘하고 싶어 하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지민)

“나는 번아웃을 많이 겪었다. 그런데 그냥 힘들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 감정들을 곡으로 표현한다. 그 때의 성취감이나 짜릿함으로 번아웃을 이겨내고 있다.”(뷔)

Q. 올해 대중문화예술인 병역 연기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과 관련해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부담은 항상 느낀다. 유명세가 세금이라는 농담처럼, 우리가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것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논쟁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인다.”(RM)

“병역은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당연히 이행해야 할 문제다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응하겠다.”(진)

Q. 제63회 그래미 시상식 후보가 25일 발표된다.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소감이 어떤가.

“하나도 안 떨린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매번 다음 목표로 언급하던 것 중 하나가 그래미다. 긴장하고 기대하며 25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미는 우리가 뭔가를 준비하고 꿈꾸는 성장기에 가장 큰 발자국을 남긴 무대였다. 막연하게나마 수상을 꿈꾸고 있다.”(RM)

“그래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되면 눈물이 날 것 같다.”(제이홉)

Q. 방탄소년단에게 2020년은 어떤 해로 남을 것 같나.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한 해였다. 투어가 취소된 뒤 우울감에 빠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예정에 없던 ‘다이너마이트’를 냈고 빌보드 핫100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서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팬 분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다.”(진)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슈가 형이 이 자리에 없어서 허전함이 크다.(슈가는 최근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새 음반 활동에 대부분 불참하기로 했다) 건강한 게 제일 큰 목표다. 건강 관리를 잘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한다.”(제이홉)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한 장 한 장 음반을 낼 때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에 충실해왔다.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서 우리의 음악이 달라질 것 같다.”(RM)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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