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출근 말고 놀아라. 그 대신 제대로”…이건희 말말


사진=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특유의 투박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삼성 경영의 초석이 될 만한 여러 어록을 남겼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삼성 임원 200여명을 소집해 남긴 ‘신경영 선언’의 일부다.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되고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나부터 바꾸자”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발언은 앞서 세탁기의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사내방송을 보고 격노했던 부분과 3년 전 일본 교세라에서 스카우트해 온 후쿠다 타미오 고문이 쓴 ‘자신이 제안한 의견들이 삼성조직에 안 먹히는 현실과 왜 안 먹히는가’에 대한 보고서를 읽은 뒤에 나온 발언이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대통령) 후보가 선거 유세 중 변화를 강조하며 이 회장 발언을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는 “출근부 찍지 마라.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는 발언도 나왔다. 합리적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창조적 마인드 함양을 지적한 말이다.
 
지난 2013년 이 회장은 신경영 선포 20주년 행사에서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밖에도 “천재 한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끔 발탁을 하고, 못하는 사람은 과감하게(정리해야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은 다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며 삼성을 이끌었다.

정치권을 비판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4월13일 중국 특파원과 비보도를 전제로 한 미팅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말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신청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서 행정규제가 이 정권 들어서도 크게 완화된 게 없다고 꼬집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다른 재계 인사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이 회장은 ‘베이징 발언’이 발단이 돼 균열이 생겼다. 고 김 전 대통령은 방미 수행단 기업인 명단에서 이 회장을 빼버렸고 삼성자동차 기공식에 고 위 공무원을 보내지 않는 등 냉대했고 삼성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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