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한약사, 직능 범위 대립각…통합약사 “까다로운 과제”

누가 개설하든 똑같이 ‘약국’… 한약제제 함께 취급

약사·한약사, 직능 범위 대립각…통합약사 “까다로운 과제”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두 면허의 범위를 규정한 현행 약사법과 실제 현장 상황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 범위가 화두에 올랐다. 22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약사와 한약사 간 교차고용을 규제하고,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조제·판매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현재 약국가에서는 한약사가 약국을 열고, 약사를 고용할 수 있다. 한약사의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는 일반약 조제·판매 업무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서도 한약사를 고용하고, 이 한약사는 한약사 고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실제 근무 현장에서 두 직능을 구분하기 한계가 있다. 우선, 약사가 개국해도, 한약사가 개국해도 모두 똑같은 ‘약국’이다. 약국 개설등록과 관련된 약사법 제20조는 약사와 한약사를 모두 약국개설자로 명시한다. 현행법에 ‘한약국’이라는 명칭은 없기 때문에 한약사가 개국을 해도 약국이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한약제제’에 대한 조제·관리·판매 자격도 중첩된다. 한약제제는 제약사에서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이다. 동·식물에서 채취한 재료를 건조·절단한 ‘한약’과 구분된다.

약사법 제2조에 따르면, 약사는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한약제제 등 한약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 한약사는 ▲한약 ▲한약제제를 취급할 수 있다. 또한 제23조 의약품 조제 제1항은 약사와 한약사가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때문에 약국을 방문한 환자들은 약을 건네준 사람이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약사와 한약사가 서로의 직능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사와 한약사 직능단체들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약사 단체와 한약사단체가 대한약사회관 앞에서 각각 피켓시위를 개최했다.

약사 단체인 실천하는약사회(이하 실천약)와 약국개국을준비하는모임(이하 개준모)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약과 개준모는 “한약사 개설약국과, 약사 개설약국에 고용된 한약사들 대다수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를 구분하고 있고, 한약사는 국가고시에 양약 관련 과목이 없어, 양약 일반의약품에 관해서는 비전문가”라고 강조했다.

반대편에서는 한약사들이 약사의 한약제제 판매를 비판했다. 한약사 단체인 행동하는한약사들의모임(이하 행한모)은 한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약사들의 한약제제 판매권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방의 원리와 한의사의 처방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양약사들은 한약제제분업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두 직능의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한약사를 폐지하고 약사로 일원화하는 ‘통합약사’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약사-한약사 직능 범위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앞서 의사-한의사의 의료일원화를 위한 논의를 해봤더니, 면허 통합에 앞서 학제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절감했다”면서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이어 “약사들에 비해 한약사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적기때문에 의사-한의사간 면허통합보다 더욱 까다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직능간 공감대를 형성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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