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서 암치료 끝냈지만 ‘호스피스’ 찾아 삼만리

수익성, 까다로운 기준 등으로 병동 늘리기 힘들어  

국민‧의료진, 죽음 대하는 인식 바뀌어야 

복지부, 요양병원형 모델 개발 중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호스피스병동 들어가려면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네요. 요양병원을 알아볼까요, 산으로 들어가 볼까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희망하는 말기암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동이 없어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찾지만 임종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입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국공립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한때 폐쇄되기도 해 서비스 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병상확보·경제적 이유 등으로 입원형 서비스 제공 어려워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서비스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나뉘며,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은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말기암환자만 가능하다. 가정형과 자문형은 말기 판정을 받은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후천성면역결핍증, 간경화 환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정형은 호스피스 팀이 가정으로 방문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자문형은 일반 병동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팀이 담당 의사와 함께 임종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문형은 입원형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모든 서비스 결정권이 담당 의사에게 있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일반 병동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입원형은 독립된 호스피스 병동에서 통증 및 신체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가 즉각 이루어질 수 있어 암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87개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아 운영 중에 있는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빅5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은 자문형, 가정형 등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병상 및 전문 의료진 확보와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긴 하지만 의료행위 외 서비스를 운영하기엔 빠듯하다. 영적 돌봄을 위해서는 비의료적인 케어를 폭넓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자원봉사자들이 음악이나 미술치료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재료라도 구비하려면 운영비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병원은 1993년 호스피스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직원이나 봉사자들의 기부금과 바자회 수익금으로 운영비를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호스피스적인 마인드를 갖고 중환자를 케어하려면 의료진이나 봉사자 대상 교육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임종실료나 상담료 등 수가가 많이 보완되긴 했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 호스피스 병상 기준에 맞춰 병상을 확보하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우리는 23개 병상을 운영하는데 같은 규모면 일반은 40개정도 된다”고 말했다. 라 팀장은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고려하는 기관에서는 운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그래서 국공립의료기관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19 사태 때 감염병 환자만 받으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기준 휴업신고 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해 총 15곳이다.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라 팀장은 말했다. 그는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던 경기도 포천 모현센터의원이 의료진 확보를 못해 올해 폐원했다. 병상 당 간호사 수, 당직 의사 등 법에서 정한 기준이 있는데 그에 맞는 의료진 채용이 어렵다”라면서 “서비스 질향상을 위해서는 당연히 인력기준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제도화하기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 수가 지원엔 한계 있어 '후원회' 활성화 필요 

전문가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늘고 있는 만큼 전문기관 확충, 국민 인식 개선, 수가 등 다각적인 지원이 뒤받쳐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앙호스피스센터가 지난해 11월~12월과 올해 6월~7월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 및 태도, 이용의도 등을 파악한 결과,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지도와 필요성, 서비스 이용의도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 치료 중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고통이 심할 때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올해 90.4%로 전년 대비 2.1%p 증가했으며, ‘질환 치료로 인해 나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고통이 심할 때 이용하겠다’라고 답한 비율은 올해 91.3%로 전년 대비 3.4%p 늘었다. 본인이나 가족의 임종 장소로 호스피스병동을 선호한다는 비율도 각각 55.2%, 55.0%로 전년 대비 6%p, 10.2%p 증가했다. 

라 팀장은 “우리나라 암환자 다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만큼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것도 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치료한 곳에서 돌봄까지 받고 싶은 것이 환자 마음이고 자식 마음일 것”이라며 “병상수가 많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다른 기관과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은 “호스피스는 고도화된 기계와 검진,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상급종합병원에서 설치‧확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돌봄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모든 사람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호스피스에 대한 거부감으로 기대여명이 1~2개월 남짓인 상황에서 입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민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건강보험 수가로 해결하긴 어렵다. 오히려 이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져 모금 활동 등이 활성화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 팀장도 “호스피스는 건보 수가가 적용된다. 노인 대상의 장기요양보험처럼 의료수가를 따로 적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건보로 모든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외국도 국가 예산이 아니라 후원회를 통해 서비스가 지원된다.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후원의 성격으로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진영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일반인 인식도 중요하지만 의료인 인식 향상도 중요하다. 다른 돌봄기관이나 산속을 전전하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에 대해 설명하고 연관 기관을 연계하는 사람을이기 때문”이라면서 “센터는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사업과 함께 의료진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내 요양병원형 모형 개발, 개선점 적극 검토  

정부는 국민 인식률 제고를 위해 홍보를 지속하는 한편 보다 많은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전문기관 수나 병상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모형은 요양병원에 적용하기 어려워 기관 특성에 맞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요양병원형은 기존의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유형이 추가되는 것으로, 대상 질환은 암과 COPD, 후천성면역결핍증, 간경화 4가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으로 요양병원형 모형이 개발되면 그에 맞는 수가 등을 적용해 이르면 내년에 현장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질관리를 지속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개선점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호스피스 시설이나 인력기준은 관련 협회 의견과 서비스 질적 측면을 종합해 정한 것이다. 만약 현재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중앙호스피스센터 등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으니 문제되는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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