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지급 속 곳곳에 사각지대....취약계층 소외 우려 [2차 재난지원금의 허점 ②]

영세 자영농·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취약계층 지원 제외
체육시설, 태권도 되고 호신술 안돼
“정부 대책 제대로 마련했는지 의문”

선별지급 속 곳곳에 사각지대....취약계층 소외 우려 [2차 재난지원금의 허점 ②]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급에서 제외된 계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소외되는 취약계층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7조8000억원 규모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의결됨에 따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절차를 시작했다. 정부는 자금이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빠르면 신청 다음날, 늦어도 추석 전에는 최대한 지급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누가 얼마나 받을까?
이번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 5월경 지급됐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달리 수급 대상자별로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지급 대상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생계위기 가구들에게 집중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소상공인들의 경우 ▲일반업종 100만원 ▲집합금지업종(PC방, 유흥주점, 콜라텍) 200만원 ▲집합제한업종(음식점 등) 15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폐업 소상공인에게는 50만원, 학습지 강사나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프리랜서들에게는 최대 150만원을 지원한다.

만 18~34세 대상 미취업 구직희망 청년들에게는 특별 구직지원금 50만원을 제공하며, 아동돌봄부담 완화를 위해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게는 20만원, 만 13~15세 중학생에게는 비대면 학습지원금 15만원을 지급한다.

선별지급 속 곳곳에 사각지대....취약계층 소외 우려 [2차 재난지원금의 허점 ②]
▲종업원이 PC방 입장 전 QR코드 입력 안내를 돕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이와 함께 정부는 실직·휴폐업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생계 곤란 가구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한다. 긴급 생계자금의 경우 10월 중 신청을 받아 11월경 지급된다. 소득요건은 중위소득 75%이하이면서 ▲대도시에 거주자 재산이 6억원 ▲중소도시 거주자 3억5000만원 이하 ▲농어촌 거주자는 3억원 이하일 경우 지급받을 수 있다. 단 기존 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과 다른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받는 이는 이번 지원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가장 논란이 됐던 ‘통신비’ 지원은 지급 범위가 줄어들었다. 정부는 당초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만 16∼34세와 만 65세 이상에 지급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해당 연령에 속할 경우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9월 통신비 2만원이 10월에 차감된다. 통신비 지원 대상에는 알뜰폰과 선불폰이 포함되고, 법인 명의 휴대전화는 제외된다. 


지원대상 ‘포함된 듯 아닌듯’…취약계층 소외 우려
이처럼 정부는 코로나19로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던 소외계층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지만, 각계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기준 밖에 놓인 사람들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새희망자금’을 통해 최대 200만원씩 지원금 지급이 예정된 ‘집합금지업종’들의 경우 업종별 기준이 모호해 재난지원금 여부가 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태권도나 유도, 검도 등을 가르치는 체육관들은 체육시설로 지정돼 새희망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유수나 무예타이, 호신술 등의 비교적 수가 적은 체육관들은 새희망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함께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구체적인 업종에 따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셈이다.

선별지급 속 곳곳에 사각지대....취약계층 소외 우려 [2차 재난지원금의 허점 ②]
▲두 차례에 걸쳐 찾아온 태풍으로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됐다. 사진=심천택 농민 제공.

또한 이번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지원이 빠져있다. 긴급생계지원 대상에 차상위계층들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기존 생계비 지원 복지 사업(생계급여, 긴급복지 등) 및 다른 코로나19 피해 지원 사업(새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과 중복되지 않는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소득이 25% 이상 감소한 것이 입증돼야 재난지원금 수령이 가능하다. 

따라서 특정 직업 없이 생계급여만을 의존해서 살아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경우 어떤 자금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 5월경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총 189만여명에게 50만원 이상의 자금 지원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개월간 10일 이상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에 수입이 끊겨 어쩔 수 없이 일용직 노동을 10일 이상 지속했다면,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이중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은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애시당초 제외된 상태다. 법인사업자로 등록한 농어민들의 경우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만, 소규모 자영농이나 어민들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의 수혜를 받을 수 없다.

선별지급 속 곳곳에 사각지대....취약계층 소외 우려 [2차 재난지원금의 허점 ②]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2차 재난지원금, 선별 기준 아쉬워…“소외 발생 없도록 모니터링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선별 기준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선별지급보다는 지난 1차때처럼 전체 지급하는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선별지급을 하려면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기준을 정했다고 하지만 기준 안에 취약계층들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길어질 우려가 높은 만큼, 재난지원금을 또 해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며 “선별지급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취약계층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하고, 지급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계에서도 이번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대외협력실장은 “농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유통 판로 축소 등의 어려움과 함께 장마 및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직접적으로 겪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영세 자영농들은 올해 자연재해로 사실상 수익을 전혀 기대하지 못하는 극한의 위기에 닥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취지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대응, 국민생활 안정과 위축된 경제를 회복하는 국민 안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재난지원금 대상에 농민들을 포함하는 것이 고려됐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사회안전망 안에 취약계층들을 편입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이번 타깃 지원대상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중 사업자등록이 안돼 자금 공급을 못 받는 소상공인들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지원을 해 주되,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이끈다면 어려울 때 자금지원으로 재기를 돕고, 향후 국가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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