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 비판에 성희롱까지… 女 선수는 이중고


▲故 고유민 선수. 사진=대한배구연맹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외모 평가, 성희롱까지 견뎌야 한다. 여성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25)이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고유민이 ‘악플’로 고통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민은 지난 시즌 포지션 변경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레프트 포지션에서 뛰었던 고유민은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뒤, 지난 2월 11일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 리베로로 대체 투입됐다. 하지만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2월 15일 KGC인삼공사전 이후엔 다시 레프트로 기용됐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유민이가 부담감 때문에 (리베로를)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유민에게 수많은 악플들이 쏟아졌다. 악플러들은 경기력에 대한 비난과 함께 ‘리베로를 하지 못하겠다’는 고유민의 발언을 놓고는 ‘프로 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했다. 이들은 포털 기사 댓글란 뿐 아니라 고유민의 개인 SNS까지 찾아가 악담을 쏟아냈다. 심적 고통을 호소하던 고유민은 지난 5월 1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임의탈퇴 공시되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고유민은 악플의 여파로 우울증 증세가 심해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쉬이 잠에 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는 등 새 시작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끝내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민의 죽음을 계기로 악플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량 비판뿐만 아니라 외모 비하‧성희롱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여성 선수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유민도 생전 입에 담기도 힘든 성희롱성 댓글에 시름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두 시즌을 뛰었고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센터를 맡고 있는 박지수가 인신공격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토로해 우려를 낳았다.

박지수는 개인 SNS에 “조금 억울해도 항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표정이 왜 저러냐’거나 ‘무슨 일 있냐’, ‘싸가지가 없다’ 등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냐”라고 썼다. 이어 “어릴 때부터 표정 얘기를 많이 들어서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며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에서 어떻게 웃으면서 뛸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전쟁에서 웃으면서 총 쏘는 사람이 있느냐.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다”며 “정말 너무 힘들다.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진짜 그만하고 싶다.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제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데 이제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여자 배구 구단 관계자는 “주목도가 높은 팀, 인기가 많은 선수들일수록 남성 선수들에 비해 인신 공격성 메시지로 고통 받는 선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구단 차원에서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다시금 시스템을 되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참담하다”고 전했다. 

mdc0504@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