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페이커와 클로저



[종로=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31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0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T1과 KT 롤스터의 서머 스플릿 경기 선발 로스터를 확인하던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페이커’ 이상혁(T1)을 대신해 ‘클로저’ 이주현이 선발로 출전한다는 소식이었다. 

LCK는 규정상 17세 이하의 선수는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주현은 생일이었던 지난 27일에야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상혁과 T1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주현이 곧바로 ‘소방수’로 투입 될 거라는 생각은 당시에 하지 않았다. ‘이렐리아’, ‘아칼리’ 등 소위 ‘칼챔’을 잘 다루는 그가, 메이지 챔피언들이 주를 이루는 현 메타에서 빠르게 적응해 활약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그간 이주현에 대해 물었을 때 리그 구성원들의 평가는 저마다 달랐다. 육성군 코치들은 입을 모아 이주현을 탐냈으나, 일부 선수들은 그를 ‘다듬어지지 않은 유망주’라고 평가했다. 풍문으로만 듣던 ‘괴물 신인’의 데뷔전. 밀려오는 기대감 한편으로 노파심이 고개를 든 이유다.

하지만 이주현의 1세트 플레이를 지켜본 뒤, 이러한 노파심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대세 메이지 챔피언인 ‘조이’를 플레이 한 그는, 종횡무진 협곡을 가로지르며 가는 곳마다 승전고를 울렸다. 선배들의 실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이주현은 노데스(5/0/4)로 경기를 마쳤다. 활약을 인정받아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도 선정됐다.

이주현은 2세트 자신의 주무기 중 하나를 꺼냈다.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아칼리’를 플레이한 그는 절묘한 스킬 활용으로 적 세 명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킬을 따내더니, 예상치 못한 ‘킬 캐치’로 미드에서 ‘유칼’ 손우현을 솔로킬 내고 전사했다. 그의 모습에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킬을 만들어냈던 전성기 이상혁의 모습이 언뜻 겹쳐보였다. 한차례 실수도 있었지만, ‘테디’ 박진성과 맹활약한 이주현은 팀의 2대 0 완승을 이끌며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주현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뭐라도 해보고 이기든 지든 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각이 보이면 과감하게 하려고 했다”며 “대회라서 솔로랭크에서의 기량 60% 정도만 발휘한 것 같다.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루시안’과 같이 라인전부터 강력한 챔피언을 해서 공격적으로 하고 싶다”며 “계속 경기에 나오면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경기 종료 후 한참 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최상단에는 이주현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솔로랭크 활약상 등으로 팬들에게 익히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건 그가 이상혁의 후계자, 즉 LCK의 차세대 스타로 점쳐지는 선수이기 때문일 터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선수다. 이주현이 이상혁의 뒤를 이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8년간 이상혁의 라이벌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상혁은 꾸준히 정상을 지켰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이기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이주현이 그 시작일지도.

mdc0504@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