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XX놈들” “죽이고 싶다”…이해관계로 얼룩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 등 임원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할 것 "
"분양가상한제 적용되면 3500만원 이상 나와"

[가봤더니] “XX놈들” “죽이고 싶다”…이해관계로 얼룩진 둔촌주공 재건축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미친놈들” “총이 있다면 쏴죽이고 싶더라니깐” “현대시공단이랑 조합 집행부나 작전을 짰다니깐”

9일 12시 30분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2번 출구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들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조합원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욕심과 의심으로 다소 과격한 발언들이 가득했던 현장에서, 쿠키뉴스가 분노의 원인을 찾으려 해봤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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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화가 난 조합원들=이날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비대위 측이 집행부와 시공사업단 규탄 집회를 연 날이다. 현장에는 비대위 조합원들이 흰색 계열의 상의를 맞춰 입고 거리를 가득 채웠다. 경찰 측이 일반 시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인을 쳐서 공간을 확보해 놓았지만 해당 공간은 유명무실했다. 현장에 나와 있는 한 경찰은 “왜 이렇게 좁은 데서 진행하는 거냐”며 교통정리에 정신이 없었다.


이날은 당초 조합의 총회가 예정돼 있었다. 총회 목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날 최찬성 조합장은 “총회 준비 과정에서 다수의 조합원이 HUG 분양가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합원 과반 동의가 필요한 관리처분계획변경안 결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총회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비대위 측이 거리에 나온 것. 한 조합원은 “총회를 진행해도 안 될 거란 걸 알고 미리 수를 쓴 것”이라며 “아무리 사퇴했어도 책임을 끝까지 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소 흥분한 만큼 다툼도 있었다. 몇몇 조합원은 경찰 측에 현장 관리 차 시위 장소 바로 옆에 주차에 놓은 경찰 측 차량의 시동을 꺼줄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의 명령이었다. 조합원은 차량 안에 대기 중이던 경찰을 향해 문을 두드리며 “시동 좀 꺼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이래서 쓰겠냐. 시동 끌 줄 알면서 말을 안듣냐”라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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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임원진들, 자진사퇴하면 봐줄게”=조합 내부분열이 일어난 지는 오래 전부터다. 새 아파트에 대한 일반분양가를 얼마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조합에 3.3㎡당 2970만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은 최소 3550만원을 주장했다. HUG 주장이 강경했던 나머지, 집행부 측은 해당 분양가로 분양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비대위로 대표되는 조합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

현장에서는 서명 운동이 한창이었다. 운영진들은 간이 테이블을 펴놓고 ‘손해배상청구소송동의서’를 받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시공사만 대박 조합원은 쪽박’이라고 적힌 플랭카드도 여럿 인쇄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들을 상대로 “서명을 하고 가시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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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손해배상청구소송동의서에는 “2019년 12월 7일 총회에서 HUG 분양가 3550만원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조합원을 기만해 시공사의 사업비 공사비 8000억원을 인상하는 관리처분안에 동의하게 함으로써 조합원에 손해를 끼친 데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이번 취소한 총회비용 15억원 등 재임기간 위법 행위로 인해 손해를 끼친 다른 의사결정 건도 추가로 포함될 수 있음”도 명시되어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집행부는 일반분양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미리 하고, 총회를 그 후에 하려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려 한다. 도정법상 과반 이상 반대하면 못하게 된다. 나중에 법으로 하게 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지금 도정법을 적용받을 때 구청 등에 민원을 넣어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조합장이 사퇴한 것은 ‘쇼’”라는 주장도 여럿 있었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미리 머리를 써서 사퇴를 했다. 달라진 건 없다. 현재 총무이사가 조합장 대행을 맡고 있다. 조합장도 대의원으로 들어갔다”며 “사실상 같은 집행부 사람들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손해배상청구 내용을 현재 입수한 105명 가량의 대의원 임원들에게 보낼 예정”이라며 “오늘까지 자진사퇴하는 임원들에 한해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면제해줄 계획이다”라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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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적용돼도 비싸게 받을 수 있어”=이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현재 집행부와 HUG 측이 제시하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날 확성기를 잡은 한 조합원은 “집행부 측은 오늘 또는 내일 중으로 HUG에 2978만원으로 분양보증 신청을 하려 한다. 또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도 강동구청에 접수하려 한다”며 조합원들에게 “동의하시느냐”고 물었다. 조합원들은 “미친놈들!”, “절대 안된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 조합원은 “비대위의 목표는 후분양이다. 상한제 받고 후분양 받아도 3561만원 정도가 일반분양가가 나온다는 용역결과도 나왔다”며 “현재 둔촌주공 아파트 부지 땅값은 5000~60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상한제 산정 특성 상 땅값이 반영돼 충분히 35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공사업단을 겨냥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후분양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만큼 일부러 조합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진행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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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합원은 “후분양하게 되면 건설사들은 돈을 빌려야 한다. 1조4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한데, 컨소시엄이라 4개 건설사니까 각각 3500억원씩 더 든다.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하려 한다”며 “이유는 둔촌에서는 돈을 벌고 한남동, 개포동에서 돈을 쓰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강동구청으로 옮겨간 조합원들은 강동구청이 입주자공고 승인신청을 받아주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단체 민원제기 행동을 개시했다.

한 조합원은 "다음 달 22일에 조합임원 해임조합 집행부 전원 해임 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9월 분양을 위해서는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면서 "일정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이 발생하겠지만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조합원들이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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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들려봤다. 실제 비대위의 주장대로 해당 땅값으로 인해 일반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이 나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중개사들은 입을 모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저희도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어제 총회가 취소되면서 조합 내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 비대위 주장은 공시지가 토대로 하면 해당 땅값이 5000~6000만원이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공시지가가 높아진 만큼 분양가 평가요소인 택지비가 올라 일반분양가를 HUG의 제시안보다 높일 수 있다라는 건데”라며 “하지만 잘 모르겠다. 정부가 지금 집값을 바로잡으려고 난리인데, 과연 이를 허용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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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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