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성목 “금리 인하보다 대출 문턱 낮춰야”

서민금융연구원장 “서민금융 살리는 길, 당국·금융사간 교류확대·상호신뢰회복”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서민금융이 근본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시장을 살리는 것이에요. 포용금융을 실천한다는 명분 아래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게 된다면, 이자경감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보다 제도권에서 이탈한 금융소외자들의 고통이 훨씬 큽니다. 이들을 보듬는게 진정한 ‘포용금융’이죠”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한국FPSB 사무실에서 만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최고금리를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 확대가 필요하다는 자칫 ‘도발적’일 수 있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은행 입사 후 신용관리기금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며 당시 존재하지 않던 ‘서민금융’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조 원장은 그간 제도권 밖에서 고통 받는 저신용자 서민들을 보듬기 위해선 법정최고금리에 대한 논의를 넘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실효가 있다고 보는가

▶현행 24%에서 20%로 내린다고 하는데,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추가로 진행하는 것은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바뀔 때, 혹은 국회가 새로 개원할 때 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법적상한금리 인하는 오히려 대부업체들이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들에게는 독약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에 가지 않도록 법정최고금리를 올려서라도 저신용자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최고금리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는 서민들에게는 4%p 인하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 실태를 설명해준다면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 청계천에 가면 ‘일수’나 ‘달돈’을 빌려준다는 명함 찌라시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런 찌라시들을 보면 서민금융 지표를 알 수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 진행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돈을 빌리는 목적은 대부분 먹고살 돈이 없어서 생활비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빌리는 금액도 몇십만원에서 커봤자 300만원정도인데다가, 대출 기간도 년단위가 채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100만원 빌리고 연 24% 금리가 적용되면 124만원이다. 이를 20%로 줄이면 120만원으로 4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곳은 줄어들고, 이들이 불법 사채 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불법 사채시장에서의 대출 행태는 어떻게 되는지

▶ 정말 당장 돈이 없어서 이들이 불법 사채시장을 이용할 경우 불법 고리대금업자들은 돈을 빌려주고 열흘에 15%의 이자를 받는다. 연단위로 환산하면 수천%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들은 채무자들이 연체를 조금이라도 할 경우 영화에서나 보던 가혹한 방법으로 채권추심을 진행하는데, 이들을 피하고자 채무자는 주민등록 말소까지 하는 경우도 실제로 일어나는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에 재직하던 당시 사채 피해신고를 최초로 접수받고 도움을 줬던 때다. 한 여성이 300만원 빚으로 추심에 시달리다가 끝내 인신매매를 당할 것이라고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즉시 경찰과 협조를 통해 해당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성공했지만, 전화를 못받았더라면 피해 여성은 말로 할 수 없는 끔찍한 삶을 이어나가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돈이 필요한 저신용 서민들에게 제도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신용 서민들에게는 금리가 중요한 것이 아닌 ‘여부’의 문제고, 이를 정부에서 모두 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대부업체들이 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 24% 상한선이 있는 법정최고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 다만 금융기관들 간 올바른 경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인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해법으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맞춤대출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감원 재직 시절 만들었던 ‘한국이지론’이 현재 서금원에 넘어가 맞춤대출서비스가 됐는데, 현재 맞춤대출서비스에는 대부업체들이 빠져있는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대부업체들은 자금공급여력이 부족하니 차치하더라도, 금융위에 등록된 대형대부업체들을 맞춤대출서비스에 등록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불법사금융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서민들이 신용도에 맞는 대출을 선택할 수 있게 많은 금융회사를 참여시키면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맞춰 공급도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공급이 많아질수록 금융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리가 이에 맞춰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제도권 내 금융사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불법 사채시장을 이용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논의는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은 ‘불법사금융 근절대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불법사금융 근절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이번 불법사금융 근절 대책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불법사금융 업체들이 받는 최고 금리를 24%에서 6%까지 줄인 것이 핵심인데, 제도권 금융에 등록하는 업체들과 등록하지 않은 불법업체간 차별을 주면서 본격적인 불법사금융 시장의 축소가 진행될 것이라 내다본다.

이와 함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현실 속 가혹한 추심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불법사금융으로 피해를 보는 서민들을 구제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10명중에 1~2명만 신고해왔다. 피해자들이 보복 받을 일이 없도록 경찰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이번 정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정부 및 금융당국이 가야 할 서민금융 방향이 있다면

▶진정한 포용금융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게 포용인지, 불법 사채시장으로 보내는게 포용금융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가용만 이용하는 사람에게 버스에 대해 불만사항을 말해달라고 해봤자 큰 도움이 안 되듯, 제도권 금융을 이용해왔던 사람들이 제도권 밖 저신용 서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당국이 정책토론회든, 간담회든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들과 교류를 늘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금융당국과 정부가 정책금융만으로는 제도권 밖 서민금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부업체들 뿐 아니라 선진 금융기법을 가진 국가들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챌린저뱅크’ 등 사금융사들이 정책금융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서민들을 돕고자 정책금융을 적극적으로 풀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저신용 서민들을 위한 금융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chobits3095@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