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선 간호사들의 생존권 투쟁

①“공공병원이 필요하다”·“동료가 부족하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많은 병원이 ‘간호사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말의 진정한 내용은 ‘저임금이고,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일할 간호사가 없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비 내리는 평일 점심시간, 수술복 차림의 간호사가 우산도 없이 청와대 앞에 나왔다. 코로나19와 맞서며 피로도가 극에 달한 간호사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선 것이다. 29일부터 일주일간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소속 6명의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며 마주한 의료 현장의 한계점을 폭로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간다. 이들은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의료기관 확충해야

신동훈 제주대병원 간호사는 공공병원을 설립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간호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병원들이 주축이 되어 확진자를 치료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비율을 확인해보면, 민간의료가 90%, 공공의료가 1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병상의 10%밖에 되지 않는 공공병원에서 확진자 4명 중 3명을 치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형태가 정상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부족하다는 호소도 나왔다. 신 간호사는 “민간병원은 수익성이 없는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 설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의료는 상품이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앞으로 다가올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 간호사는 “현재 근무 중인 제주대병원은 교육부 소속으로,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병상을 증축할 예정이다”라며 “그런데 교육부에서 증축 비용 25%를 지원하고, 나머지 75%는 병원이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병원증축이 아닌, 지역에서 공공의료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임에도 제주도나 정부에서는 어떠한 지원 움직임도 없었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에게는 책임이 주어졌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체 병상 중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은 11.7%였다. 이 수치는 6년 후 2018년 1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의 비중 역시 6.1%에서 5.7%로 하락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규모는 하위권에 머무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OECD 주요국가들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아이슬란드 100% ▲캐나다 99% ▲스페인 44,3% ▲이탈리아 40.5% ▲일본 18.3% 등으로 집계됐다.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 해결해야

우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간호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와 환자들이 건강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 간호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는 간호사가 지속적으로 환자의 자세를 바꿔줘야 욕창을 예방할 수 있는데, 환자 체중을 감당하려면 2인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현재는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이 작업을 1명의 간호사가 담당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이 아니라, 단순히 인력만 늘어나도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차례 인력 충원을 요구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정부가 요구하는 간호등급가산제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간호등급이 진정 환자와 간호사의 안전을 위한 기준인가”라고 지적했다. 간호등급가산제는 간호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병원이 간호사를 추가 고용하면, 그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을 정부가 수가에서 보상하는 제도다. 환자수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나뉜다.

우 간호사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한층 더 심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간호사 1명당 돌볼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1명”이라며 “대구 지역 기준 간호사 1명당 감당하는 코로나19 환자 수는 11.6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 1명당 환자수가 6명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병동은 새로운 감염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근무한다는 특성을 고려해 평상시보다 20~25%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감염·격리로 인한 15%의 인력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장의 고충을 덜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관련해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을 늘리는 것에만 논의가 집중됐는데, 문제는 확충한 인프라 안에 채워 넣을 의료진을 갑자기 어디에서 구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설립은 지자체·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장벽을 넘어야 추진될 수 있다”며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예타조사 기준을 완화하거나, 일부 면제해 설립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간호등급가산제 개선 요구에 대해 “병원에서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고충이 크다는 사실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간호등급제 1등급을 확보한 병원들이 간호사 충원을 실시하게 하려면 1등급 보다 높은 등급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등급을 확보하고 있는 수도권·대형병원으로 간호사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간호사들이 대도시의 상위 규모 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면, 지방 중소 병원들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근무 환경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정책을 고안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손을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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