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살펴본 ‘철강 이모저모’…스틸은 인류 동반자

목숨을 살리는 철, 제조 강국의 쌀 ‘철강’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제철소는 왜 바닷가에 자리했을까?=일관제철소(철강 생산 전체 공정)는 고로를 포함한 제선, 제강, 연주 및 압연 시설 등 대단위 설비들의 집합체다. 이에 따라 거대한 규모의 부지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내륙의 경우 산지가 많아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철도와 도로, 전력, 용수와 같은 부대설비를 갖추는데 불리한 점도 많다. 이것이 대형 일관제철소가 해안가 지역에 위치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다. 실제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의 포항과 광양 제철소 부지 규모는 각 950만㎡, 2135만㎡에 달한다.

두 번째는 원료조달때문이다. 한국은 철강을 만드는데 필요한 철광석과 석탄자원을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선박을 통한 운송이 필수라서 깊은 수심, 잔잔한 바다 등을 갖춘 양호한 조건의 항만이 필요하다.

이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가공하여 제품을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항과 광양 제철소는 각각 20만톤급, 25만톤급의 대형 원료 수송선이 항시 정박 가능한 부두를 갖추고 있다.

셋째는 고객에게 쉽고 편리하게 운반해주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은 제조강국으로 많은 제조 산업 지대가 남해 광양만에서 동해 영일만으로 이어져 있다. 여수와 광양, 거제, 창원, 부산, 울산, 포항 등이 여기에 속해 있다.

이 지역들에는 한국의 대표적 제조업이자 철강의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기계장치를 만드는 기업들이 위치했다. 가까운 데서 철강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고객사에 운송비 등 뮬류비 절감 차원에서 유리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철강 기업에 있어 부두는 수출 전진기지다. 포스코의 경우 생산제품의 약 45%가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제품 수출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에 별도의 생산법인을 세워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렇다 보니 세계 곳곳에 위치한 글로벌 생산법인에 소재 공급을 위해서도 해안가에 위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휴지보다 얇은 스틸(Steel)이 있다?…‘자동차부터 발전소까지’=눈을 감고 머릿속에 스틸을 떠올려보면 육중한 쇳덩이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스틸은 휴지보다 얇은 두께부터 빅맥 햄버거 두께보다 두꺼운 크기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3겹짜리 화장지의 두께는 약 0.35mm 정도다. 이렇게 휴지처럼 얇지만 찢어지지 않고, 튼튼하고 잘 늘어나는 스틸이 있다. 두께는 0.2mm로 휴지보다도 얇지만, 플라스틱이나 유리처럼 깨지지 않는 성질이 있는 이 제품은 냉연재로 불린다.

냉연재는 차가운 상태의 철을 롤러로 밀어서 두께를 아주 얇게 만든 후, 다시 열을 가해서 만들지는 제품이다. 최종적으로 표면이 아주 반짝이는 고급 소재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내부 부품이나 주방의 싱크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틸이 바로 이 냉연재다.

반면 가장 두꺼운 스틸은 두꺼운 철판으로 ‘후판’으로 불린다. ‘두터울 厚, 널조각 板’, 한자로 쓰인다. 후판은 용도에 따라서 크루즈선과 같은 커다란 배, 백화점과 같은 각종 건물, 그리고 강이나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다리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포스코가 만드는 가장 두꺼운 후판은 두께가 200mm에 달한다. 이렇게 두꺼운 철판은 석유, 천연가스, 전기와 같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장에서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먼바다에서 석유와 가스를 만드는 해양플랜트와 땅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있다. 이들 설비는 바다 한가운데 설치됐거나, 고온‧고압의 수증기에 항시 노출되기에 두꺼운 스틸이 이를 버텨내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스틸=환자들이 위생적으로 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1913년, 스테인리스 스틸(써지컬 스틸)의 발명 이후다. 이전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수술을 받다가 세균 등에 감염이 되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현대 의료 서비스의 가장 심각한 난제 중 하나로 치료 도중에 환자들이 감염되는 문제를 꼽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억 명의 환자들이 감염으로 인한 질환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0년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중환자실 환자들의 약 30%가 감염에 시달리며, 저소득 국가에서는 그보다 2~3배 많은 감염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의료용 스테인리스 스틸인 써지컬 스틸은 녹슬지 않는 고유 성질인 ‘내부식성’을 갖고 있어 부식될 염려가 없고, 다른 어떠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살균 처리가 가능한 특장점을 통해 많은 환자의 목숨을 지켰다.

수술용 메스나 주삿바늘,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나사처럼 신체 부위에 직접 닿거나 체내에 들어가도 안전한 덕분에 전 세계 병원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써지컬 스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파상풍에 걸리거나 각종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특히 오래 써도 새것과 차이 없는 써지컬 스틸의 살균력은 특기할만하다.

2017년 국제스테인리스강협회(ISSF, International Stainless Steel Forum)가 진행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살균력 연구’에 참여한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와 프랑스 아그로파리테크 그라제콜의 공동연구) 연구진은 오염과 세척을 반복했던 스테인리스 스틸과 완전히 새로운 스테인리스 스틸을 식중독과 감염을 주로 일으키는 치명적인 균인 ‘황색포도상구균’과 저항력이 강해 치료하기 어려운 균으로 꼽히는 ‘녹농균’에 동시에 노출했다.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두 스틸을 동일한 살균제로 소독했을 때 두 샘플 모두 황색포도상구균은 99.9%, 녹농균은 97.6% 멸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을 통해 의료용 스틸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재확인된 셈이다.

◆용광로의 불이 꺼지면, 국가가 몰락한다=지구가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스틸이 지구와 함께했고,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좁게는 대한민국 제조업 발전의 초석으로 한국 경제 발전의 모든 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는 용광로가 꺼진 제철소들이 여럿 있다. 이들 제철소처럼 용광로에 불이 꺼지면 용광로 자체가 거대한 철 덩어리로 굳어져 버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야 하고 다시 만드는데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아울러 용광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제철소는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공정이다. 용광로 이후 쇳물을 사용하는 공장들이 모두 마비되기에 용광로가 멈춘다는 것은 결국, 제철소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글로벌 제철소들의 운명은 용광로만 꺼진 것이 아녔다. 그에 딸린 다른 공장들도 돌릴 수 없어 결국 제철소의 폐쇄로 이어졌다. 폐쇄는 지역 경제의 몰락을 가져왔고, 이는 한 나라 전체의 경기 악화라는 아픈 결과를 낳았다.

즉, 용광로에 불이 꺼진다는 것은 단순히 다시 지으면 된다는 의미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큰 문제다. 우리가 잘 느끼진 못하지만, 우리 몸의 ‘심장’이 24시간 365일 힘차게 박동하며 온몸에 피를 순환 시켜 숨 쉬게 해주는 것과 같이, 한국 제철소들의 용광로가 24시간 365일 쇳물을 쏟아내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아 숨 쉬게 해주고 있다.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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