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인천 유나이티드, 이젠 ‘성공 드라마’를 보여줘

인천 유나이티드, 이젠 ‘성공 드라마’를 보여줘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투자와 지원이 열악한 수도권의 한 축구 구단이 있다. 시즌 초 패배를 거듭하다 찾아온 강등 위기. 선수단이 합심해 최선을 다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잔류를 확정짓는다. 감독과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다. 그라운드는 금세 눈물바다가 된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써내려간 드라마의 각본이다. 출연진의 면면만 다를 뿐, 동일한 구성의 플롯임에도 K리그 팬들은 지난 4년간 인천의 ‘잔류 드라마’에 마음을 뺏겼다.

하지만 올해는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생존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팬들이 많다. ‘이제는 그만 2부 리그로 내려가자’는 살벌한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남은 이야기는 온전히 시청자의 몫이다. 인천이 잔류를 확정짓고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감한 순간에, 내년 다시금 강등권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그렸던 팬들은 없을 터다. 인천은 팬들의 믿음을 세 차례나 배반했다.

투병 중에도 인천을 지휘한 유상철 감독(현 인천 명예감독)은 지난해 11월 30일 경남FC와의 K리그1 최종라운드에서 0대 0 무승부를 거두고 인천의 잔류를 확정시킨 뒤 “인천이 매년 이런 모습(잔류 경쟁)인데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게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도 변한 건 없었다. 이렇다 할 전력보강 없이 시즌을 시작한 인천은 현재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7연패 늪에 빠진 상황이다. 벌써부터 ‘생존왕’이라는 키워드가 오르내린다.

어김없이 사령탑도 지휘봉을 내려놨다. 임완섭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1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한 뒤 사퇴의사를 밝혔다. 

인천은 2004년 초대 사령탑인 베르너 로란트 감독이 8월31일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임 감독까지 대부분 여름을 넘기지 못한 채 떠났다. 인천 감독들 가운데 끝까지 시즌을 완주한 감독은 장외룡 감독과 김봉길 감독, 유상철 감독 등 셋이 전부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떠나고, 빈자리를 맡은 감독대행이 성적을 내 감독으로 승격한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난다. 지긋지긋한 레퍼토리다.

이제는 ‘시민구단의 한계’라는 핑계도 댈 수 없다. 인천보다 운영비 규모가 작다고 알려진 성남‧강원 등의 시민 구단은 저마다의 체계적인 운영과 육성 시스템으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돌풍의 팀으로 떠오른 대구는 말할 것도 없다. 매년 강등 위기에 몰리면 땜질식으로 감독을 교체하고, 즉시 전력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없는 한 인천은 냉정히 다음 해도, 그 다음해에도 유력한 강등권이다. 

이런 가운데 유상철 감독의 사령탑 복귀가 백지화 것은 다행이다. 

인천으로선 유 감독이 되돌아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거짓말 같은 스토리를 기대했을 법 하다. 유 감독의 몸 상태론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걸 알면서도, 급한 불을 끄고자 하는 마음이 급해 복귀를 저울질했다. 하지만 구단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 유 감독의 희생, 선수들의 투지만으로 얻어낸 잔류에서 인천 팬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인천이 강등을 피하지 못하고 유 감독의 병세도 악화됐다면 그간의 감동조차 없던 일이 될 뻔 했다. 

거기서 거기인 잔류 드라마는 그만 보고 싶다. 한 번이라도 인천의 성공 드라마를 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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