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에 관대한 한국, 내달 중 코로나 혈장치료제 2상 진입 전망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교수 “완치자 혈액 많을수록 개발 수월”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환자에게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혈장 공여 참여의사를 밝힌 완치자 수가 혈장치료제 개발의 최소 기준선에 가까워진데 힘입은 바가 크다. 다만. 채혈 완료 후 혈장 공여가 부적합한 인원을 제외할 것을 예상하면 최소 120~130명의 공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혈장 공여 참여가 더 많아져야 치료제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혈장 채혈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제는 개발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는 분야이지만 재료를 구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헌혈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기 때문에 개발 확률이 더 높다”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혈장치료제는 특정 질환에 걸린 후 회복한 사람의 혈장 속에 형성된 ‘중화항체’를 이용해 치료제로 만든다. 혈장에서 면역, 지혈 등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농축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제제로,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해온 면역글로불린 주사의 일종이고,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치료를 시도한 바 있어 다른 개발 중인 치료제와 비교해 개발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항체치료제는 공여자와 수여자의 혈액형이 일치해야 하고 투여 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약물 재창출 치료제는 기존 질환 치료제 가운데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알아보는 것인데, 효과만 확인된다면 공급이 쉬워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를 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최 교수는 “항체라는 걸 모르던 시절에도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해 치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환자가 어떤 병을 앓고 나서 회복되면 그 환자의 몸속에 병을 이겨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완치자의 혈액 안엔 항체가 있었고, 그 항체가 바이러스를 억제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지금도 회복된 사람의 혈장을 환자에게 직접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조군이 없는 평가이긴 하지만 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혈장치료제의 효과가 괜찮다는 결과가 나왔고, 중증이상반응 확률도 1% 이내로 본다”면서 “또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이미 쓰이고 있기 때문에 재료만 충분하다면 바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2상 임상이 가능하다. 안전성 등을 추가로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다른 치료제에 비해 개발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혈장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단기간의 백신 효과도 볼 수 있을 거다. 병원체를 주입해 내 몸에서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백신을 ‘능동면역’이라고 한다면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항체를 주입하는 혈장치료제는 ‘수동면역’이라고 한다. 이론상으로는 (내 것이 아닌) 만들어진 항체 유지 기간이 2~4주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평가는 해봐야 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료’다. 완치자마다 중화항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앙값’을 찾기 위해서는 채혈량이 많을수록 좋지만 혈액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혈장 공여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코로나19 에서 완치되고, 격리해제 후 14일 이상 지나야 한다. 일반 헌혈처럼 만성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특정 국가 방문력이 있는 사람은 참여가 어렵다.

혈장 공여를 원하는 완치자는 고대안산병원을 비롯해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중 한 곳을 찾아가면 되는데, 병원에는 최소 두 번 이상 방문해야 한다. 첫 방문에서 검사를 통해 감염성 질환 등이 없고 코로나19 중화항체가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두 번째 방문 때 혈장성분 헌혈(500㎖)을 하게 된다.

최 교수는 “초반보다는 (공여자가) 많이 늘었다. 일주일에 한두 명 있었지만 지금은 참여하겠다고 연락주시는 분들이 매일 있고 우리 기관만 보면 헌혈 가능자가 30명이 넘는다. 2상으로 넘어가려면 최소 120~130명의 혈장이 필요한데 6월 셋 째 주 헌혈자가 120명을 넘어섰다”면서 “하지만 헌혈이기 때문에 고령자와 아이, 기저질환자, 빈혈 환자, 특정 국가 여행이력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병원에 오신 분들 중에서 20~30%는 선별검사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임상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120명이 채워지려면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하다”면서 “당초 목표는 6월 내 120명의 혈장을 모아 2상으로 넘어가자는 것이었는데, 내달 중에는 우선 중간에 만들어진 치료제로 효과를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헌혈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동양권 문화의 영향으로 혈액 확보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초기에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 병원에 못 오시는 분들이 계셨다. 지금은 서울, 경기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고, 우리 병원이 채혈 병원 중 유일하게 수도권이기 때문에 2~4주가 지나면 수도권 감염자들의 헌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는 헌혈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혈장치료제 개발은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분야이고 어느 나라나 환자를 모집하는 게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병원에 오신 분들을 대부분은 빚진 마음으로 왔다고, 국가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 왔다고 하신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혈액 확보에 어려움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완치자에 대해서도 “모든 감염질환 대응조치의 가장 우선 목적은 내가 아닌 남을 지키는 것이다. 손위생도 마스크 착용도 사실은 내가 아닌 남에게 감염시키지 않기 위한 행위이다”라며 “혈장치료제도 그런 의미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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