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반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라고?… “시스템 없이 개인 책임 전가 안 돼”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서로 간 불신 자아내는 건 방역에 도움되지 않아”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협하는 요소를 국민으로부터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접수한다고 밝히자 ‘감시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국민으로부터 안전신문고 앱으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접수를 받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자가격리 무단이탈자 신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코로나19 감염 취약 부분이나 방역수칙 위반사항, 그 외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제안 사항 등을 안전신문고로 신고하거나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우수신고자에 대해서는 신고 포상금과 표창·상품도 수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조치를 두고 벌써부터 뒷말이 나온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서로 간의 불신만 야기할 뿐, 방역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아프면 쉬도록 하고, 거리 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 하고 있는 건 국민의 참여도가 높아서지, 서로 간의 감시 때문이 아니다”라며 “일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을 마치 많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한국은 전반적인 수준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아주 극소수의 일탈 행위를 신고까지 하자는 건 과도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센터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사업장 내 밀집도 등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개인에게만 방역의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불법 유턴을 해야 하는 장소를 두고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보상금을 받으라는 꼴.  마스크 쓰고 일하기 어려운 작업장에 가서 사진 찍고 녹취해 수십 명씩 벌금 매기는 게 방역에 도움 되겠느냐”고 강하게 말했다. 사업장 등에서의 노동 환경 자체가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제안받는 것은 옳지만, 고발로 이어져 ‘식당 내 칸막이 설치’ 등이 되지 않았다고 벌금을 물리는 건 방역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자가격리자의 일탈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위원장은 “자가격리자들의 경제적인 문제 등을 대행해주고 민원을 처리해주는 소통이 필요하다”며 “일탈 행위는 교육과 함께 시스템 구축을 막아야 한다. 약간의 일탈도 용인할 수 없다며 감시를 부추기면 문제가 자주 생길 수 있는 곳에 기다려 보상금을 받으라고 부추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런 식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하다”며 “감시하고 불신을 자아내는 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방역에 대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마치 ‘학교에 담배 피우는 친구 있음 고발해라, 포상금 줄게’라고 말하는 옛날 방식과 비슷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무조건 처벌하자는 뜻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자가격리자들의 이탈을 막고 법을 준수해 달라는 마음에서 안전신고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부분을 행정력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국가재난 상황에 국민 전체의 건강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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