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품 있어도 거리두긴 없다”…다닥다닥 백화점 앞 구름인파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새벽 4시부터 기다린 분도 번호표 10번 받았어요.”

26일 오전 10시 30분께 방문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이미 3층 행사장 앞에는 200명가량의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모두 해외 명품을 구입하러 온 손님들이다. 현장 관계자는 “새벽부터 돗자리를 펴고 기다린 분도 있다”며 “지금 번호표를 받아도 입장은 몇 시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시부터 배부한 번호표는 벌써 500번 대가 넘어가 있었다.

오전 8시부터 2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중년 여성은 길게 이어지는 인간띠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왔을 때부터 이미 이곳이 가득 차 있었다”라며 “200번대의 번호표를 받았는데,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롯데쇼핑은 이날부터 백화점과 아울렛 8개점에서 면세점 해외 명품을 최대 60% 할인하는 ‘면세 명품 대전’의 본 행사를 시작했다. 지방시, 끌로에, 생로랑, 알렉산더맥퀸, 막스마라 살바토레페라가모, 발렌티노 등 8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가 포함됐다. 각 점포마다 약 10억원 상당의 1000여 개 상품이 입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시를 넘어서도 인파는 계속 불어났다. 번호표는 700번대까지 배부됐다. 롯데쇼핑은 최대 수용인원을 고려해 1000번까지의 번호표를 준비했다. 거리두기를 고려해 행사장 안은 20명 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이따금씩 인파가 몰려 북새통이 됐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몇몇 손님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100번대의 번호표를 받았던 손정은(60) 씨는 “판매 브랜드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결국 상술이 아니겠나”며 “생각과 다른 브랜드만 있다면 시간을 낭비하고 헛걸음만 할 것 같다”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현장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상 판매 브랜드의 사전 공개는 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손님들은 코로나19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높은 할인율에 이끌려 왔다고 했다. 비교적 앞 번호를 받은 50대의 주부 신모 씨는 “(코로나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흔히 있는 행사가 아닌 것 같아서 왔다”라고 했다. 동행한 그의 딸 역시 “미리 생각한 상품이 있어서 왔다”라면서도 “대기 장소에 소독제라든지 열화상 카메라가 없어 걱정을 하긴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 장소에는 줄 간격을 표시한 테이프가 바닥에 붙어 있었지만 인파가 워낙 몰리다 보니 거리두기는 지켜지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코로나19 시국에 ‘서머레디백’ 경품 행사를 진행해 매장마다 줄이 늘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방역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오프라인 행사를 연 롯데쇼핑도 고민이 컸다. 정부 주도의 할인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이날 대대적으로 개막했는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선 집객성 행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번 오프라인 행사는 인근 상권 활성화와 고객 편의 등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인파가 몰리는 것 역시 일시적으로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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