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스페셜 매치', 오버워치 리그에 해답을 던지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블리자드 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 상암동 e스타디움에서 오버워치 출시 4주년을 기념해 ‘오버워치 감사제 2020 스페셜 매치’를 열었다.

이날 이벤트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현재 서울 다이너스티 소속 ‘토비’ 양진모와 ‘슬라임’ 김성준이 팀을 나눠 컨텐더스 소속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퓨처스 매치가 진행됐으며, 2부는 과거 APEX 시절 인기를 양분한 러너웨이와 루나틱하이의 맞대결로 이뤄졌다.

▲ 우리는 아직 오버워치를 잊지 않았다

메인 이벤트였던 루나틱하이와 러너웨이의 리매치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과거 루나틱하이와 러너웨이는 APEX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두 팀이 맞붙은 2017년 APEX 시즌2 결승전은 아직까지도 오버워치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당시 루나틱하이가 7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4대 3으로 러너웨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맞대결도 박빙이었다. 얽힌 사연만큼 경기 내용도 치열해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카이저’ 류상훈의 라인하르트가 궁극기 ‘대지 분쇄’로 상대 선수들을 모두 눕히자 중계 채팅창은 류상훈의 별명인 ‘황제’로 도배됐다. ‘후아유’ 이승준과 ‘학살’ 김효종이 나란히 ‘겐지’를 골랐을 때는 팬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 숱한 볼거리를 남긴 양 팀은 3경기 ‘불스카야 인더스트리’에서 세트 스코어 4대 4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년 전처럼 풀세트 접전을 치르고서야 러너웨이가 3대 2로 승리, 과거의 패배를 멋지게 설욕했다.

블리자드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이번 이벤트 매치를 17만5000명이 관람했다. 해외에서도 8만3000명이 보는 등 총 26만명이 함께 경기를 즐겼다. 같은 날 경쟁사인 라이엇 게임즈에서 주최한 ‘리그오브레전드(LoL) 미드 시즌 컵(MSC)’ 결승전이 열린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2018년부터 오버워치 e스포츠는 OGN이 주관하던 APEX에서 블리자드가 운영하는 오버워치 리그로 바뀌면서 인기가 크게 줄었다. 당시 국내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적어도 한국에선 오버워치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입증됐다. 이날 이벤트를 지켜본 20대 후반 남성은 “너무 즐거웠다. 3년 전에 내가 응원했던 팀이 다시 뭉쳤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다시 모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위기맞은 오버워치 e스포츠에 새로운 길 제시한 ‘감사제 이벤트’ 

블리자드 코리아는 이번 이벤트에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기 외적으로 정소림 캐스터를 비롯해 APEX를 중계했던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옵저버들도 당시 APEX 시절 담당자들이 모여, 팬들의 편안한 관람이 이뤄질 수 있게 도왔다.

이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벤트가 무관중으로 진행되자 블리자드 코리아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한 치어플 응원 이벤트를 진행했다. 300명 가까이 모인 응원단은 매 세트가 시작할 때마다 응원 구호를 외치며 그 시절을 소환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는 오버워치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오버워치 e스포츠는 흥행 직격탄을 맞았다.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오버워치 리그의 평균 시청자 수는 4만2830명으로, 전년도 대비 약 75% 줄은 수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위치tv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경기가 송출됐으나, 올해부터 유튜브 단독 중계로 변경되면서 시청자가 크게 줄었다. 중계 퀄리티도 지난해에 비하면 더욱 실망스럽다. 생중계 중에 교전이 일어나는 긴박한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리플레이를 틀어 경기의 몰입감을 떨어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블리자드의 운영도 아쉬웠다. 올해 영웅 로테이션과 용병 시스템 등이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추가되면서 리그의 흥미를 떨어트렸다. 특히 영웅 로테이션의 경우 영웅 선택 빈도를 기반으로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봤다. 지난 3월 말에는 고양이가 추첨을 진행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블리자드 코리아는 이번 행사에서 기존의 문제점을 확실히 보완했다.

현재 오버워치의 e스포츠 대회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밴픽은 양 팀이 직접 밴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현재 메타에서 대중적인 ‘오리사’가 제외되면서 그 시절 인기 있던 ‘돌진 조합’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세트가 진행되면서 전술 방향성에 따라 본인팀의 금지 영웅을 하나씩 해제하는 ‘영웅 금지 드래프트’는 치열한 지략 싸움과 각종 변수를 유도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역할 고정’도 걸리지 않아 양 팀은 2세트에서 3탱커-3힐러 조합을 꺼내드는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러너웨이의 주장을 맡은 ‘러너’ 윤대훈은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밴픽 시스템을 두고 “아무래도 이벤트 경기라 재미가 있는 밴픽을 시도했는데, 컨텐더스나 리그에 직접적인 도입이 있다면, 좀 더 재밌는 경기가 생길 것 같다”며 “매주 밴을 고양이가 뽑는 느낌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팀마다 다르게 밴 카드를 쓴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양 팀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이 워낙 컸기에, 오버워치 출시 4주년을 기념해 팬들에게 추억을 드리겠다는 생각을 드리겠다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이벤트 매치는 게임을 넘어 e스포츠 영역까지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도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스템들이 당장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유저들의 반응들을 취합해서 본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유저들과 선수들이 원하는 시스템들을 반영해 본사 개발진과 논의를 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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