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양날의 검이 된 아이돌 믹스테이프

양날의 검이 된 아이돌 믹스테이프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어거스트 디’라는 예명으로 지난달 22일 낸 새 믹스테이프 ‘D-2’가 빌보드 메인 음반차트인 빌보드200 11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가수 음반이 수 빌보드200에서 세운 최고 기록이다. 음반은 빌보드와 함께 양대 팝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음반 부문 7위를 차지했다. 무료로 배포되는 믹스테이프 음반이 이 차트 10위 안에 든 건 이례적인 기록이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슈가는) 영국 음반차트에서 톱10을 기록한 최초의 한국 솔로 가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와 별개로 ‘D-2’에 실린 노래 ‘어떻게 생각해?’를 둘러싼 논란은 며칠째 식지 않고 있다. 이 곡 도입부에 과거 미국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을 샘플링해 실은 게 문제가 됐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프로듀서가 연설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해당 음성을 넣었다”며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음원을 재발매했다. 그러나 노래에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 샘플 파일엔 ‘이단 교수 짐 존스의 연설’이라는 설명이 기재돼 있었다는 주장이 3일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길어지고 있다.

믹스테이프는 CD나 음원 유통 사이트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노래나 음반을 말한다. 비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배포되므로 따로 심의를 받지 않으며, 때문에 정규음반과 비교해 더욱 자유롭게 뮤지션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특히 끊임없이 음악성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는 아이돌 가수에게 믹스테이프는 팀 활동과 별개로 래퍼로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슈가를 포함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내 래퍼로서 자의식을 드러내 왔고, 그룹 빅스 멤버 라비, 몬스타엑스 멤버 주헌, 블락비 멤버 박경 등도 믹스테이프를 발매한 바 있다.

그러나 때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 힙합 문화라는 미명 아래 나타날 때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2015년 발매한 믹스테이프 수록곡 ‘농담’에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중략) /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이라는 가사를 썼다가 ‘내용이 여성 혐오적이다’라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 RM은 이후 여성학 교수에게 가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는 등 남성중심적 사고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찬사로 바꿔놨다.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 또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믹스테이프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가사를 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대형 음악 플랫폼을 통해 믹스테이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그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슈가의 ‘어떻게 생각해?’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기획사와 뮤지션에게 더욱 촘촘한 사회적 감수성이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빅히트 역시 “빅히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검수하는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래퍼의 경우 팀 특성상 자신의 랩 실력을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믹스테이프를 선호하는 추세”라면서도 “가수와 기획사 모두 가사 등 내용이 적절한지 더욱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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