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HPV도 성병…백신 있지만 남성 지원은 아직

자궁경부암 외 남성 질병 위험성 확인 안 돼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자궁경부암의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올해 1월부터 성매개감염병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HPV 보유자의 성별, 연령별 현황 및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특히 HPV는 백신이 있기 때문에 성별에 관계없이 예방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당장의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 확대는 무리라는 뜻을 내비췄다. 접종 대상 확대를 위해서는 이익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비용-효과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나, 그에 필요한 국내 성 역학 자료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성 접촉 통해 전파…자궁경부암 주요 인자로 관리 필요성 높아져

성매개감염병은 사람 간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을 포함해 30여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제4급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성매개감염병은 기존의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생식기사마귀)과 추가된 HPV 등 7종이다. 이 7종은 표본감시대상감염병으로, 질병관리본부장이 지정한 표본감시의료기관은 7일 이내 발생건을 신고해야 한다. 질본은 신고‧보고된 감염병 현황 및 역학적 특성을 가지고 예방관리 정책 추진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신고된 HPV 발생현황을 보면, 남성은 32명, 여성은 3247명으로 집계됐고 연령별로는 20~30대의 젊은 층이 많았다. 

법정전염병에 HPV가 추가된 배경에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인자로서 심각도‧전파력 등을 고려했을 때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질본 결핵‧에이즈관리과 심은혜 과장은 “성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와 감염병의 종류가 다양한 가운데 HPV가 법정감염병에 추가됐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관련 법정감염병 분류체계 개편이 있었고 올해 1월 시행됐다”면서 “이에 따라 공공병원,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지역별 표본감시기관에 신고된 HPV 감염 현황을 주단위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조은희 과장은 “HPV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 자궁경부암이었고, 암 예방 수단으로 HPV 백신이 나왔다. 자궁경부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들어간 것”이라면서 “그런데 예방접종 대상에 들어가려면 해당 질환이 법정전염병이어야 하기 때문에 HPV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관계 전 ‘백신’ 접종해야 하지만 국가 지원 확대는 아직

HPV가 성매개감염병으로 분류되면서 ‘매개’ 역할을 하는 남성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PV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 접종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질본은 만 12세 여아만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남성은 지원되지 않아 20~30만원의 접종비를 자비로 내야한다. 특히 HPV가 원인이 된 생식기사마귀 환자는 질환 치료 후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는 “이미 비뇨기과에서는 HPV를 성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는 생식기사마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며 “일선 비뇨기과에서는 성병 걸린 남성들을 대상으로 백신 주사를 놓는다. 백신은 병에 걸리기 전에 접종해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걸린 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고 낭비라고 본다. 성병이기 때문에 예방 지원도 성별에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성경험 시작 연령은 만 13.6세로 조사됐으며, 이에 따른 성매개감염병 노출 위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질본이 최근 5년간 국내 성매개감염병 신고 발생 동향을 분석한 결과, 매독, 클라미디아감염증, 성기단순포진, 생식기사마귀의 발생률은 뚜렷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생식기사마귀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2.3~3.3배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발생률이 높았다.

하지만 당장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질본 측 입장이다.

조은희 과장은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나온 거다. 남성에게서도 HPV와 관련한 여러 질병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발생 단계, 위험도 등을 고려했을 때 순위가 떨어진다”라면서 “또 아직은 남성의 HPV 감염 발생률, 중증도 등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아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예방접종사업은 국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HPV보다 시급한 항목들이 남아있다”며 “현재 안전성, 발생률, 치사율, 경제적 이득 등을 고려한 국가백신 도입 기준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도입이 시급한 백신 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남성 HPV 타입 조사하고 고위험군 설정 필요

문두건 교수는 국가지원 백신 도입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남성에게 발생되는 HPV 유형을 조사하고 고위험군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현재 나온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성에게 발생되는 HPV 유형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 나온 백신이 남성 HPV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접종 대상을 선정할 필요도 있다.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에 이의는 없지만 하이리스크(고위험) 그룹의 전파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고위험군이라고 하면 성관계를 활발하게 하는 젊은 층 또는 그 전 연령층이 될 수 있다. 성병이라고 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기 보단 대상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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