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원금 풀자 동네마트 가격 올렸다? 온라인 ‘카더라’ 였나

[르포] 재난지원금으로 동네마트 물가 올랐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동네 마트도 어디 한두 곳입니까. 쌀, 양파 이런 상품들 가격 올리면 손님들 손가락질하며 금세 딴 곳으로 가버려요. 저는 잘 이해가 가질 않네요.”

19일 오후 찾은 경기도 일산 마두역 인근의 한 중소형 마트. 최근 재난지원금이 풀리며 동네 마트의 물가가 올랐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하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답했다. 마트 주인 이모씨는 “몇 푼 조금 더 벌자고, 가게 문 닫을 일이 있느냐”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해당 마트에서 양파와 쌀, 라면, 계란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확인하니 인근의 대형마트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동네 마트의 물가가 뛰었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동네 마트, 전통시장으로 한정된 데다, 지원금을 일정 기간 내 다 써야 하니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요지였다. ‘라면 5봉이 2000원에서 3000원이 됐다.’, ‘동네 마트 바나나가 7000원이다.’, ‘정육점에서 바가지를 당한 것 같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푸념들이 나왔다. 

하지만 직접 둘러본 동네 마트 상권의 물가는 온라인상의 글과 달리 차분했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동네 마트에서도 가격이 올랐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해당 마트는 우유(서울우유)1000ml 2750원, 라면(신라면 5개입) 3480원, 두부 국내산(풀무원) 1000~3000원대에 팔았다. 국내산 채소류도 햇양파 1망(소) 2950원, 무 1개 1580원, 흙대파 1950원, 양배추 1/4 1950원으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세일 품목으로 시중보다 더 싼 상품들도 많았다.

관련 통계를 살펴봐도 재난지원금 지급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양파 1kg 상품 기준 전국 평균 소매가는 2272원으로 나타났다. 1개월 전인 2348원보다 오히려 3.2% 하락했다. 무 1개의 가격 역시 1539원으로 한 달 전보다 3.3% 떨어졌다. 양배추 등 다른 품목에서도 눈에 띄는 가격 변동은 없었다. 정부는 이달 11일부터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몰상식한 상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경우, 카드 수수료 등을 이유로 웃돈을 올려 받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다만 앞선 통계에 비춰보면, 일부의 사례를 동네 마트‧재래시장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이 올랐다 해도 계절상의 변동이거나 할인 종료 등의 이유일뿐, 재난지원금 지급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입장이다. 독립문역 인근에서 소규모 마트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당근과 버섯류가 현재 비싼 느낌이 있는데, 원래 가격이 그랬던 것”이라며 “(아마 다른 요인들로) 가격이 오른 것을 재난지원금 지급 탓에 가격을 올렸다 느꼈을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대표적으로 삼겹살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가격이 폭락했다가 최근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다시 오르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집안 생활이 늘어나며 가족 간 식사가 늘었던 탓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넷째 주 기준 ㎏ 당 평균 1만4700원이었던 냉장 삼겹살 도매가격은 이달 첫 주 기준 1만8575원으로 26.3% 올랐다. 소비자가격도 업태 평균 1만9327원에서 2만2000원으로 13.8% 증가했다.

삼겹살의 가격이 높아진 것은 대형마트나 동네 정육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종로구 무악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떨어졌던 가격이 다시 오르니 체감적으로 크게 올랐다 느낄 것”이라면서 “지금 시세로 국내산 냉장 삼겹살 600그램은 1만4000~1만5000원 정도의 가격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으로 고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육점이 가격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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