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영화·다큐로 보는 공매도…빅쇼트·제로베팅게임 外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앞글자 딴 새로운 코너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예외 적용을 받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시켜달라는 소송에 나서면서 공매도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외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자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적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空)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투자기법입니다.

예컨대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린 뒤 매도 주문을 냅니다. 이후 해당 종목의 주가가 10만원일 때 주식을 판 뒤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약 5만원으로 떨어졌을 경우 투자자는 5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의 의미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과열된 주가 흐름을 방지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득을 얻는 것은 기관이나 외국계 투자회사들이기 때문이죠.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소외받고 있기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기관이나 투자은행들의 공매도가 순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펀드매니저 중에서는 실체가 없는 기업이나 다단계 회사들에 공매도를 걸고 하락베팅을 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기 때문이죠. 또한 과거 과열된 부동산금융 시장의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빅쇼트(대형 공매도)를 적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미국 부동산 시장 하락에 베팅한 논픽션 영화 ‘빅쇼트’, 다단계 기업과 실체가 불분명한 제약사에 하락 베팅한다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로베팅 게임’ ‘검은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화 빅쇼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예측…주택시장 폭락에 베팅

대규모 공매도라는 의미를 담은 영화 ‘빅쇼트’는 지난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2010년 논픽션 ‘빅 숏: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를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캐피탈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2005년부터 미국의 주택시장이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당시 미국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저당증권 다수가 리스크가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채권)이란 신용도가 낮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상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줌으로써 은행과 기업들은 엄청나게 덩치를 불립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아르바이트생인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했고, 심지어 강아지 이름으로 대출을 허락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주택시장은 활황기였기 때문에 가격 하락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신용평가사들도 리스크가 큰 모기지론에 계속 최고등급(AAA)을 매기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 같은 부실을 미리 파악하고 부채담보부증권(CDO)를 골드만삭스에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맺자고 제안합니다. 즉 주인공은 이 상품이 폭락하거나 부도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대형투자은행과 한판 내기를 하게 됩니다. CDO라는 증권이 완전히 폭락하면, 그 액수만큼의 보험금을 지급 받는 형식의 계약을 맺게 됩니다. 다만 CDO가 부도나기 전에는 CDS 매수자가 매달 혹은 분기별로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죠.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당시 부동산 경기 호황과 주택담보 대출 상품 안정성을 신뢰했기에 비웃듯이 흔쾌히 승낙합니다. 실제 수년간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구성한 상품은 큰 손실을 냅니다. 때문에 인버스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항의도 거세집니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점점 주택담보를 갚지 못한 개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빚을 갚지 않고 잠적하는 이들도 발생합니다. 대출을 갚지 못하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CDO)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투자은행의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자 기업도 연쇄 파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부 관료들이나 투자은행의 고위직들, 신용평가사들 중에서는 일부는 사임했지만 대다수 여전히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 개혁, 파생상품 규제 등과 같은 문제도 이들의 로비에 의해서 무산됐습니다. 당시 미국 정치권은 경제 불황을 이민자 탓, 교육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2015년에는 몇몇 대형은행들이 CDO의 또다른 이름인 맞춤형 트랜치 기회라는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하기 시작했죠.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예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망각하기 때문”이라는 경제석학 폴 크루그먼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 실체 불분명한 기업에 하락베팅한다…제로베팅게임·검은돈

다큐멘터리 영화 ‘제로베팅게임’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다단계 기업 허벌라이프를 실체가 불분명한 사기 기업으로 간주하고 하락 베팅 포지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건강식품 유통회사인 허벌라이프가 사실은 피라미드 형태의 다단계 기업에 불과하며, 기업가치는 ‘제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빌에크먼은 “허벌라이프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그들을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게 해 상품을 구매하게끔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는 그동안 허벌라이프 사업에 뛰어들어 큰 손실을 입은 개인사업자들을 규합해 허벌라이프는 ‘사기 기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빌에크먼이 그린 ‘빅픽쳐’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또다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은 빌 에크먼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상황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언론은 다단계 기업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 보다 오히려 두 행동주의 투자자의 대립에 관심이 쏠리게 됩니다.

더군다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16년 7월 15일 허벌라이프가 ‘사기 업체’가 아니라고 결론내리면서 상황은 종료됩니다. 이 과정에서 빌에커먼은 수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되죠.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포지션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물론 한가지 염두해 둬야 할 점은 빌 에크먼이 과연 ‘선의’를 가지고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또다른 다큐멘터리 드라마 ‘검은돈’에서 빌 에크먼은 약값 폭리와 회계 부정을 저지른 제약사 ‘밸리언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도 이 기업에 숏포지션(공매도)으로 하락베팅한 이들이 등장합니다. 

빌 에크먼은 총애했던 밸리언트는 결국 약값 폭리(사취 혐의)와 분식회계로 인해 미국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에 수사를 받게 되고, 결국 주가는 폭락하게 되죠. 이 영화에서는 공매도 투자자들의 승리로 끝나고 빌 에크먼은 또다시 큰 손실을 보게 되죠.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시장은 마치 ‘노름판’처럼 기업에 가치 보다는 당장의 수익에 골몰하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것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통용되는 것이고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성공한 투자자로 남기 위해서는 단순 시세차익 보다는 장기적 전망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판다하는 투자 방식이 리스크 부담이 적고 결국 수익을 낼 수 있게 됩니다. 간단한 공식이지만 ‘욕망’의 산물인 ‘카지노 자본주의’ 체제에서 올곧게 지켜지기는 쉽지 않겠지만요.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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