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 ‘희망고문’에 뿔난 환자들

키트루다·옵디보 급여 확대 좌초... 환자들 "정부-제약사 힘겨루기에 환자 피해" 호소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적어도 환자들이 희망 또는 포기 등 치료제 사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향을 정리해야 합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대한 급여 기준 확대안이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좌초된 가운데 환자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제약사가 환자를 놓고 희망고문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2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인 면역항암제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제약사에 촉구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달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비소폐포폐암, 신장암 등에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옵디보(BMS·오노)와 키트루다(MSD)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를 심의했지만 결국 건강보험 재정 부담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옵디보의 경우 호지킨림프종·두경부암 2개 적응증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수용했지만, 신장암·위암에는 수용하지 않았다. '키트루다'에서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급여기준 확대도 수용하지 않았다. 제약사에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을 주문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에 대해 환자들은 수년째 면역항암제 급여화에 대한 정부와 제약사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치료제 급여화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등 암환자들의 촉박한 시간이 희망고문으로 허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3월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 적응증으로 면역항암제 시대의 문을 열었다. 면역항암제로 인해  말기 암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장기 생존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현재 글로벌에서는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출시되고, 적응증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 급여체계 내에서는 일부를 제외한 적응증의 면역항암제는 비급여 상태로 한 달 약값만 평균 300~160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자단체연합은 "높은 약값을 받으려는 제약사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하려는 재정당국은 현재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급여기준 확대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상태를 이어오고 있다"며  "재정당국과 제약사가 서로 약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고액의 면역항암제 약값을 감당하지 못한 암환자들은 생명연장이나 완치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죽어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향후 고가의 항암제가 쏟아질 것을 대비해 재정당국과 제약사가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환자들은 효과가 충분히 보이는 약에 대해 급여와 급여기준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부 암종에서는 기존 치료제를 면역항암제로 대체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고민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공적마스크 정책을 이끌어냈듯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면역항암제 문제에서도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사용에 대한 우선순위를 내놓으라는 의견도 나왔다. 항암제 급여화에 대한 '희망고문'을 멈춰달라는 것이다.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암환자들은 정부와 제약사의 가격협상 줄다리기에 매번 피해를 입고 있다. 앞으로 초고가 항암제가 나올 때마다 환자들은 이런 협상에 지쳐야하느냐"며 "정부가 근본적은 재정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야한다. 우리는 OECD 평균에 비해 항암제 재정규모가 낮음에도 높이지 않고 있다. 재정을 사용하는 우선순위부터 확실하게 내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을 사용할 때 암환자에 우선적으로 적용할지, 아니면 국민 전체의 건강증진에 우선을 둘 지 정해야 한다. 또 기존 급여화된 약제 중에도 더 이상 안 쓰는 것들도 많으므로 사후평가절차나 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고가의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이게 되면 자연히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늘고,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들은 정부가 제약사와의 줄다리기만 지속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도 피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돈이 있는 환자는 치료제를 사용하고, 어떤 환자는 건강할 때 실손보험을 들어 약값을 해결한다. 그런데 건강보험에만 의존하고 있는 환자는 정부만 기다리다 죽어간다"며 "정부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실손보험에 가입하라고 하거나 공공암보험을 만들거나 건강보험료 1%를 올리는데 합의하든지 아니면 제약사와 논의를 마무리짓든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치료제 이슈는 계속되고 있는데 재정당국과 제약사 줄다리기는 예측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환자들이라도 나서서 국민들에게 치료환경이 얼마나 달라졌고, 항암제를 통한 생명연장의 현황을 알려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봤다"며 "정부는 적어도 환자들이 계속 희망을 가져도 되는지, 포기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약에 대해 기대해도 되는지 예측가능할 수 있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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