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현대미술의 초연결 ‘CONNECT BTS’ [현장읽기]

BTS와 현대미술의 초연결 ‘CONNECT BTS’

정육면체 모양의 방을 감싼 네 개의 흰 면. 그 뒤에서 7명의 무용수가 안무를 얽어낸다. 흰 면을 박차고 나오려는 움직임이 숫제 투쟁에 가깝다. 미술작가 강이연이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CONNECT, BTS)에 내놓은 미디어 아트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의 모습이다. 강 작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비틀어 전 세계를 열광시킨 ‘BTS 현상’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대형 프로젝션으로 공간을 완전히 감싸고 채운 데다 영상물의 양감도 뛰어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 차원을 넘어서는 듯한 몰입감이 든다. 전시기획사 아트플레이스에 따르면 이는 7명의 멤버가 팬덤 아미(ARMY)의 지원과 함께 ‘방탄소년단’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어가는 것을 은유한다. 28일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난 강 작가는 “서양에서 동양인 여성으로서 뉴미디어 아트를 하면서 나는 늘 소수자의 입장이었다. 때문에 BTS 현상이 주는 쾌감이 내겐 엄청났다”면서 “일곱 소년들이 다른 이를 포용하고 언어를 초월하며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커넥트 BTS’는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다. 지난 14일(영국 현지시간)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전시가 개막했고, 내달 2일 미국 뉴욕 전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작품을 들고 세계를 순회하는 형식이 아닌,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트 디렉터로 나선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를 필두로 전 세계 22명의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놨다. 

28일부터 3월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서울 전시에는 강 작가의 ‘비욘드 더 신’과 영국 출신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Green, Yellow, Pink) ‘로즈’(Rose) 총 세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강 작가가 흰 면으로 무용수의 정체를 감췄다면, 얀센스는 ‘그린, 옐로, 핑크’에서 안개로 관객들의 눈을 가린다. 전시 장소로 들어간 관객들은 시각 외의 감각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더듬더듬 길을 찾는 모습이 일견 우스울지언정, 관객들의 감각은 평소보다 예민하게 깨어 있다. 

‘그린, 옐로, 핑크’는 안개라는 가면 뒤에 숨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한 작품이다. 이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를 통해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자’고 역설한 방탄소년단과의 철학과도 맞닿는다. 얀센스의 또 다른 작품 ‘로즈’는 뿌연 안개 속 일곱 개의 붉은 빛이 조각의 형태를 나타낸다. 전시기획사 측은 “관람자 자신이 둘러싼 환경 속에서 본인의 인식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음악과 미술이 협업한 사례가 없었던 아니지만, 이번 전시는 규모만 봐도 이전 전시들보다 훨씬 크다. 이대형 디렉터는 “그간 음악과 미술이 각각 콘텐츠로서 협업하려고 해 특정 분야의 브랜딩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엔 음악이 콘텐츠가 되면 미술이 콘텍스트(context)가 되고, 미술이 콘텐츠가 되면 음악이 콘텍스트가 되는 형태로 서로 영감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에는 전시 규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미술관) 간 협력은 그 나라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커넥트 BTS는 살아있는 생명 같은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강 작가는 또한 “5개의 도시와 기관, 작가들을 연결할 수 있었던 건 그 매개가 BTS이기 때문”이라며 “그간 있었던 일방적/단편적인 컬래버레이션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한다면 훨씬 즐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이은호 기자, 아트플레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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