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4+1’… 8일 패스트트랙 운명 갈릴까

진보 “단일안에 살라미로 돌파 가능” vs 보수 “단일안은 무리수… 합의만이 해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처리를 위해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자유한국당 ‘패싱(passing)’에 나섰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정치모임(대안신당) 원내대표급 인사들은 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 모여 기존 ‘4+1 협의체’를 확대·재편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의에 앞서 “많은 국민이 민생과 개혁에 희망을 만들라고 우리 국회에게 명령한다. 정작 예산안 법정처리기한을 넘겼고, 국민 삶과 직결된 수많은 민생법안 처리가 안개 속에 갇혔다”면서 “이제 국민의 걱정을 덜기 위한 새로운 길을 열겠다”면서 ‘4+1 협의체’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이어 “국민 걱정하지 않도록 국회 한시바삐 정상화하겠다. 국민이 손해 보지 않도록 신속히 예산과 법안 처리하겠다”며 “정기국회 끝나는 다음 주 화요일(10일) 전까지 예산과 법안의 처리를 서두르겠다. 원내대표급 4+1협의체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신속히 움직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국민들께 정기국회가 여러 가지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지금 상황까지 온 것에 먼저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인 후 “정기국회 5일 남았다. 뭔가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 국민에 대한 책임감 가지고 국회운영에 의지가 있는 정당과 모임이 모여 정기국회내 처리해야할 안건들에 대한 중지 모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밖에 원내대표급 인사들은 저마다 대동소이한 협의체 참여 배경과 결심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날 협의체 논의의 결론은 8일까지 협의체의 단일안을 마련해 한국당과 개정반대세력의 방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제 시작한 예산 실무단과 함께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위한 4+1 협의체 실무책임자를 결정해 오늘 밤부터라도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실무단에서 세부적인 조율을 통해 일요일(8일)까지 단일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회의결과를 전했다. 

한국당 패싱에 대한 부담이나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통과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단일안으로 하는 수정안을 올리는 것이라 법적 문제는 없다. 한국당의 참여여지도 충분하다. 합의에 의해 추진한다는 것도 각 정당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일단 단일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등의 행동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련의 결정을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도 진보와 보수로 입장이 갈렸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치평론가와 정치계 인사들은 국회의원 과반을 확보한 상황에서 단일안을 도출해 뜻을 하나로 결집하게 되면 초단기 임시국회를 열어 무제한 토론방식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입법저지행위) 정국을 속칭 ‘살라미 전술’로 돌파가 가능하다고 점쳤다.

한 진보계 인사는 “필리버스터의 벽이 두껍긴 하지만 대응하지 못할 건 아니다. 정당들의 뜻을 모으고 내부를 단속해 이탈표를 최소화한다면 쟁점법안의 상정과 표결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초단기 임시국회를 열어 선거법부터 쟁점법안을 하나씩 올려 자동 상정되는 다음 회기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통과시켜나가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정당간 셈법이 서로 다른데다 국회의원 정수확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상당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의 합의안을 3일 내에 도출하는 과정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유력하게 제시되는 것은 지역구 240~250석에 비례대표 60~50석안이지만, 내년 총선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 장애물도 고려해 국회의원 월급을 줄이고 의원정수를 10% 확대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253+77’안으로 전격 합의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보수계 인사들은 ‘4+1 협의체’를 ‘무리수’라고 규정했다. 필리버스터라는 ‘외통수’를 어떻게든 풀어보겠다는 몸부림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는 “단일안을 만들어도 그것이 전부다. 살라미 전술도 임시국회 개회부터 안건상정까지 야당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해 필리버스터의 장벽을 뚫어낼 수는 없다. 결국 해법은 합의 뿐”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여기에 단일안 도출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한 보수계 인사는 “역대 정치권에서는 선거구를 쪼개고 합치는 조정만으로도 극심한 충돌이 벌어졌다”며 “국민적 반감 때문에 정수확대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선거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안을 3일 안에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가능해도 내부동요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이 인사는 “정의당과 여타 정당들의 반대가 심하겠지만 필리버스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법 상 패스트트랙 법안 부의 후 60일이 지나 자동 상정되는 것을 기다려 처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선거법 개정을 내년 총선에 적용할 수는 없어 소수정당들의 반대가 심하겠지만 거의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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