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찍어준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다”…노량진 수산시장 끝나지 않는 이야기 [가봤습니다]

4일 오전 출근지를 노량진으로 이끈 건 한 통의 카카오톡 문자였다. 동작구청 행정대집행으로 구청과 옛 수산시장 상인 간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8월 구 시장 명도 집행 완료 선언 이후 사그라질 것만 같았던 노량진시장 현대화사업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구청장 찍어준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다”=역을 빠져나오기 전부터 노랫소리와 구호가 들려왔다. 가까이서 보니 붉은 조끼를 입은 낯익은 얼굴들이 손에 입김을 불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노량진 신 시장 이전을 거부해온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동작구청장 퇴진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수협은 지난 2012년 구 시장 건물 안전을 우려하며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고 2015년 10월 지금의 신 시장을 완공했다. 하지만 구 시장 보다 좁은 점포와 비싼 임대료에 불만을 품은 일부 상인들과 갈등을 빚었다. 그 사이 대법원은 수협 측 손을 들어줬고 결국 명도집행이 이뤄졌다. 시장에서 쫓겨난 상인들은 노량진역 앞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불법영업 민원이 접수되면서 이날 철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은 이미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상인에 따르면 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이날 새벽 6시경 천막과 장사물품들을 망가뜨렸다. 알루미늄 천막은 다리가 부러졌고 판매대도 아무데나 널브러져 있었다. 횟감용 방어 한 마리가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홍합 봉지는 옆구리가 터져 있었다. 

한 상인은 “용역깡패들이 예고 없이 새벽에 와서 다 와자작 했다”며 “수협회장, 동작구청장, 찍어준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없는 사람 위해서 일하라고 찍어줬는데 없는 사람 괴롭히고 가진 사람만 살게 해주면 되겠느냐. 경찰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 상인은 신 시장으로 이전하지 않은 이유로 “전통시장으로 잘 지어줬으면 왜 이전하지 않았겠느냐”며 “마트처럼 축소시켜서 그러지, 가긴 어딜 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협상도 안 하고 무조건 내쫓으려고 용역을 들이대면 어떻게 사느냐”며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몇 십 년을 살아왔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고 비난 했다. 

상인들은 이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매섭게 달려들었다. 오전 9시경 구청으로 이동한 상인들은 굳게 닫힌 셔터를 잡고 거칠게 흔들어댔다. 심지어 매달리는 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경찰들과 몸싸움도 있었다. 부상자도 나왔다. 상인 한 사람이 넘어져 응급차에 후송됐다. 또 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집회 현장을 찍다가 저지를 당했다. 

한 쪽에선 민원인을 가장해 청사 진입을 시도하려는 상인들과 경찰들로 통로가 막힌 바람에 정작 시민이 민원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직접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구 시장 철거승인, 행정대집행 해명해야”…장기투쟁 예고=몸싸움이 잠잠해지자 상인들은 현관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투쟁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구 시장 철거 승인을 내고 이번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동작구청에 해명을 요구했다. 상인들은 또 구청과의 장기 투쟁을 예고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대위원장은 “수협과의 싸움은 어느 정도 정리 된 것 같은데 이제 구청과의 싸움”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시장 현대화 사업 대안을 가지고 서울시에 주문했는데 대화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용역깡패를 동원해 때려 부쉈다. 그런데 철거할 의지도 없는 ‘보여주기 식’ 민원”이라고 따졌다. 

이어 “청장이 나와서 구 시장 철거 승인을 왜 했는지, 오늘 행정대집행 왜 해야만 했는지 해명하면 된다. 우리는 매일 당하더라도 끝까지 투쟁해서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구호와 발언을 몇 차례 더한 뒤에 오전 11시경 자리를 접고 노량진역으로 옮겨 집회를 계속해나갔다. 노량진역 앞에 작은 트리가 설치돼있었다. 반짝이는 장신구 옆에 ‘생존권 보장’ 팻말이, 그 위로는 ‘강제철거는 살인이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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