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KB사태 악몽, 이번에도 원인은 ‘IBM'

다시 떠오른 KB사태 악몽, 이번에도 원인은 ‘IBM'

KB사태 4년만에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을 놓고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 있다. 4년전 논란의 핵심이 하드웨어 성격의 주전산기였다면 이번에는 주전산기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SW)를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2014년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려고 시도했다가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 간의 내분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임 전 회장은 IBM을 유닉스로 교체하려고 했으나 이 전 행장은 IBM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반목한 사건이다.

이번에도 논란의 핵심에는 IBM이 있다. 국민은행이 4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차세대 시스템에서 운영될 SW를 두고 IBM에 특혜가 주어졌다는 논란이 발생한 것.

논란은 티맥스소프트의 기자회견을 시작됐다. 티맥스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 케이프로젝트’ 에 필요한 제품 선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구축을 맡은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IBM 제품을 국민은행이 갑자기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해당 제품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는 것. 또 기술검증 과정에서 티맥스소프트 제품이 아무런 이유 없이 제외됐고, 특히 제품 선정 직전 IBM과 국민은행 IT를 총괄하는 대표 일행이 동반 해외 출장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동철 티맥스 대표는 “기술검증 배제와 관련해 KB국민은행 또는 SK㈜ C&C로부터 어떠한 해명도 받지 못했다. 이렇게 바꾸겠다는 메일도 없고, 공식적인 공문도 없이 사업이 변경됐다”면서 “마라톤 경기에서 참가 신청도 안한 선수가 중간에 뛰어들어 우승하면 이를 우승자로 인정해 주어야 하냐”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SK C&C의 제안서 상에 SK가 제안하지 않은 제품도 추가로 검토 가능한 것으로 적시돼 있어 최적의 제품 선정을 위해 IBM제품을 추가한 것으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티맥스소프트 제품을 기술검증에서 제외한 것은 티맥스 제품이 국내 시중은행 주요업무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가 없고, SK에서도 내부 업무관리용으로 제안돼 별도의 검증이 필요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IT를 총괄하는 대표 일행이 IBM과 동반 해외출장에 나섰다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은행 IT그룹 임직원은 인도 구르가온 지점을 단독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이번 논란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과 IBM의 계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으며, 공정위에 심사 요청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국민은행과 IBM의 밀월관계에 대한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의 조사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앞서 KB사태 당시 IBM의 국민은행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되는 등 그동안 국민은행과 IBM의 관계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어온 영향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의 은행업은 일종의 장치산업이다. 은행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스템의 구축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이권도 상당하다”며 “은행이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에 이해 관계자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 관계자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선정과정이 공평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IBM에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한국IBM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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