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사모펀드 실적도 ‘희비’

코로나19 충격에 사모펀드 실적도 ‘희비’[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국내외 사모펀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 공유시장 등을 투자한 사모펀드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사업 등 언택트 업종에 투자한 곳은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사모펀드(PEF) 업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희비가 엇갈렸다. 

우선 대면 접촉을 우선시하는 여행, 의류 업종에 투자한 곳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대표 여행사 하나투어가 코로나19에 크게 흔들리면서 최대 지분을 쥐고 있는 1대주주 하모니아1호(16.67%), 키움증권 자회사 키움프라이빗에쿼티(4.81%)에게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모니아16호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출자한 사모펀드인 'IMM로즈골드4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으로 지난해 말 하나투어를 인수했다. 해당 펀드에 지분투자(85억원)한 삼성증권도 간접적인 손실(평가손익)을 냈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27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결국 30개에 달하는 해외법인 정리 방침을 밝혔고, 국내 자회사 가운데 여행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나투어가 당분간 손실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하나투어에 대해 “비주력 부실사업을 정리하는 단계에 접어 들었지만 올해 연간 600~800억원 수준의 적자는 투자의사결정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올해 하나투어의 영업손실은 590억원(컨센서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원자산운용이 관리하는 ‘글로벌원커머디티전문사모펀드’도 코로나19로 인해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6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중간 에이전트가 기초차주(육류 중개업자)의 육류 자산을 기초로 한 사모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외식과 단체급식 등 육류 수요가 줄어 일부 육류 유통업체가 부도를 맞으면서 관련 펀드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펀드로부터 대출받은 중개업자(차주)와 실제 창고를 가진 수입 유통업자 간 육류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담보물인 육류에 대한 권리가 모두 펀드로 넘어오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는 해외 사모펀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 최고 자산가 중 한명이자 VC(벤처캐피탈)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운용하는 ‘비전펀드’도 코로나19로 인해 손실이 확대됐다. 특히 공유경제(공유 오피스 플랫폼)를 표방하는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하고, 바이러스까지 악재로 겹치면서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소프트뱅크그룹은 약 16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는 일본 기업의 분기 적자액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코로나19로 수혜를 받고 있는 사모펀드도 존재한다. 언컨택트 사업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나 쇼핑몰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마트 자회사이자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히려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SSG닷컴의 올 1분기 총매출은 9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이지만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글로벌 투자회사인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SSG닷컴은 실적 성장은 신세계그룹 뿐만 아니라 해외 사모펀드에게도 ‘호재’로 작용한다. 

아울러 미국 최대의 운용사 블랙록 펀드도 언택트라는 사회경제적 변화로 수혜를 받고 있다. 블랙록 펀드는 최근 기업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에 각각 5.04%, 6.0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바이러스 팬데믹이 역설적으로 언택트 혹은 비대면으로 불리는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 시켰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업종이 부각되는 것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방향이 이미 그렇게 정해졌던 것이고,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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