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부금 유용, 불투명한 회계 처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의연이 흔들리는 기회를 틈타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연대’는 28일 12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옆에서 집회를 열고 정의연 해체 및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전 정의연 이사장)를 규탄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연 집회다. 자유연대 측은 이날 “윤미향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용수(92) 할머니의 발언을 언급하며 윤 당선자와 정의연을 비난했다.
위안부 피해 여성의 상징인 소녀상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나왔다. 한 집회 참가자는 단상에 서서 소녀상을 향해 “윤미향의 대국민 사기극 현장”이라면서 “소녀상을 세우는 데 83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소녀상을 향한 위협은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향했다. 이날 자유연대 집회 옆에서는 시민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 개최하는 ‘소녀상 동상 1600일 사진전’이 동시에 열렸다. 자유연대와 소녀상 지킴이들 사이에는 경찰 펜스가 아슬아슬하게 세워졌다.
집회 시작 전 마이크를 잡은 한 인사는 소녀상 옆에 앉은 청년들을 향해 “좌파 조국 빠순이들” “배우가 따로 없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청년들에게 다가가 “위안부 얘기하려면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가서 해라”라며 소리를 질렀다.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한 경찰 인력이 있었으나 제지는 없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이소영(24·여)씨는 “최근 부쩍 소녀상을 훼손하려는 분들이 늘어났다. 지난주에는 한 시민이 소녀상에 수갑을 채우려 해 충돌이 있었다”면서 “저희를 정의연으로 알고 ‘그렇게 살지 마’라고 소리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맞불집회를 여는 시민단체들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하는 척 위선을 떨면서 위안부 문제를 폄하하는 게 분노스럽다”고 했다.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했던 인사들은 슬그머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한 책 ‘반일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은 지난 26일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강의에서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도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위안부제는 성 노동 강도를 비교했을 때 민간 공창제에 비해서 소득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위안부는 국가 강제연행 피해자가 아니라 매춘업자가 취업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등 ‘망언’이 쏟아졌다.
이에 정의연 의혹과 위안부 역사·운동을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할머니도 “위안부 인권운동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단체 안에 적폐를 없애자는 것”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지난 27일 열린 1441차 정기 수요집회 공식 성명서에는 “자성과 변화를 요구한 피해자의 목소리는 아픈 역사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가공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며 “그 화살은 평생을 헌신해온 윤 당선자와 정의연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호소가 담겼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의연 회계 누락은 검찰에서 판단할 내용이다. 정의연이 수십년간 추구해온 운동 목표, 방향성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일본 극우세력과 한국 ‘신친일파’가 정의연 문제를 확대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부정하려 하고 있다. 상당히 불순하다”고 비판했다.
유지 교수는 “일본 극우와 국내 신친일파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위안부 피해자들이 가짜라는 것”이라며 “그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윤 당선인을 부정한 인물로 만들고 정의연은 돈을 벌기 위한 불순한 목적을 갖고 운동해온 단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전 교수가 ‘위안부는 고수입 매춘부’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지 말고 반대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다 보니 한국 내에 일본 극우 논리가 알게 모르게 퍼지게 된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시민들 사이에서 강제동원,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의식 형성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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