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종영②] 어떤 직장인이 될 것인가

어떤 직장인이 될 것인가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나는 어떤 직장인인가.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끌었던 6년 전, 직장 생활을 하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물었을 질문이다. 물론 실제로는 성 대리(태인호)에 가까운 직장인이 자신을 오상식(이성민)이나 강 대리(오민석) 쯤 된다고 여기는 불상사가 벌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14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직장인인가. 어떤 직장인이 될 것인가.

‘스토브리그’ 첫 회에서 드림즈 단장 면접을 보고 나온 백승수(남궁민)는 운영팀 이세영(박은빈) 팀장에게 묻는다. “드림즈가 강해지길 바라십니까?” 이세영은 당연하다고 답한다. 그는 드림즈를 사랑한다. “드림즈가 10년 이상 꼴찌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백승수를 단장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 건 그래서다. 그에게 드림즈가 꼴찌인 건, 드림즈엔 “액추얼리 포텐셜 파워”는 있지만 “분업 야구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서”여야 한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될 거라고, 한 번만 알을 깨고 나오면 드림즈는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백승수는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의 4번 타자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한다. 임동규는 11년간 270개가 넘는 홈런을 쳤다. 국가대표 5번 타자고 드림즈의 간판스타다. 임동규의 이런 ‘기록’을 근거로 결사반대를 외치는 직원들에게, 백승수는 ‘통계’를 근거로 임동규의 능력이 드림즈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가 바이킹스의 김종무(이대연) 단장을 설득할 때도, 선수의 기록이나 능력 자체를 호소하기보단 상대 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세혁(이준혁) 팀장은 “돈 많이 주면 잘 치는 선수, 잘 던지는 용병 누가 못 데려오냐”고 했다. 하지만 ‘잘하는 사람’과 ‘도움이 되는 사람’은 다르다. 누가 더 쓸모 있는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다.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내는 데서 혁신이 시작된다.

백승수는 또한 ‘믿음’과 ‘방관’을 구분해낸다. 고세혁(이준혁) 팀장을 믿는다고, 오래 봐온 사람이라고, “확실하지 않은 근거보다 내가 봐온 시간을 더 믿는다”는 이세영에게 백승수는 말했다. “그건 흐리멍텅하게 방관하는 거”라고. 이세영에게 고세혁이 ‘좋은 사람’이었을 수는 있다. 꼴찌 팀의 설움을 함께 나누며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았을 테니까. 하지만 ‘좋은 사람’과 ‘믿을 만한 동료’는 다르다. “내가 봐온 시간”은 사실 아무것도 증명해주지 못한다. 김종무 단장이 “내 새끼들”을 믿었다가 약물 파동으로 역풍을 맞은 건, 믿음과 방관을 구분하지 못해서다. 한편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은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는 것과는 다르다. 장우석이 강두기(하도권)의 약물복용을 의심하며 그의 성적을 확인할 때, 백승수는 흐리멍텅하게 의심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흐리멍텅한 눈으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다. 

‘스토브리그’를 일종의 히어로 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조직을 개혁하는 백승수의 모습이 일견 영웅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토브리그’는 유능하다는 것은 무엇이며 믿을 만한 동료란 어떤 사람인지 계속해서 묻고 재정의한다. 스토브리그를 마친 이세영은 이제 알 것이다. 드림즈가 강해지길 원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에게도 묻는다. 어떤 직장인이 될 것이냐고.

wild37@kukinews.com /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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