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생식기 사마귀' 환자 多... 10년새 6배 '껑충'

단순 피부질환 아닌 성병....개방된 性 바람에 20대 환자 훌쩍

# 최근 직장인 A씨(남성)는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샤워를 하다가 생식기 주변에서 돌기를 발견한 것. 처음엔 통증도 없고 크기가 작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새 돌기의 개수가 늘어나고 모양이 변하자 고민거리가 됐다. 그러나 부끄러운 생각에 병원 방문은 미뤄뒀다고.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자연 치유법부터 바늘로 찔러 짜내라는 엉터리 민간 요법까지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성매개 감염병인 '생식기 사마귀'가 10년새 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생식기 사마귀로 불리는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첨규 콘딜로마(곤지름)'. 생식기나 항문 주변에 돌기 모양의 사마귀가 생기고, 가렵거나 열이 오르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의 ‘2018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생식기 사마귀 신고 건 수가 2018년 5402건으로 확인됐다. 10년 전인 2008년 901건 대비 6배 차이나는 수치다. 이는 정부에 보고된 건 수만을 의미하며, 실제 환자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식기 사마귀는 단순 피부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엄연한 성매개 감염질환이다. 정부에서도 생식기 사마귀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30, '생식기 사마귀' 환자 多... 10년새 6배 '껑충'

주목되는 부분은 환자의 연령대다. 전체 환자의 70%가 20-30대로 젊은 층의 발병률이 두드러졌다. 특히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 발병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성경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생식기 사마귀 발생도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이다. 생식기 사마귀는 다른 성매개 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발병 환자들도 초기 증상을 쉽게 발견하지 못해 병을 키우기 쉽다. 또 생식기라는 발병 부위의 특성상 환자에게 수치심이나 자신감 하락, 우울, 불안 등 심리적 부담이 크다.

지난해 보라매병원 산부인과 이택상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가 공동 발표한 '국내 HPV 관련 질환의 사회심리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생식기 사마귀 및 HPV관련 질환 환자는 그렇지 않은 집단 보다 부정적인 사회심리학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식기 사마귀 남성 환자 150명과 HPV 관련 질환(생식기 사마귀, 자궁경부암 전암성병변, HPV 양성)을 겪는 여성 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여성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도가 높게 나타났다. 생식기 사마귀를 겪는 여성 환자 절반(50명 중 24명, 48%)은 불안과 우울함’을 경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궁경부암 전단계인 '전암성 병변'을 경험한 환자(49명 중 17명, 34.7%)보다 높은 수준이다.

생식기 사마귀의 주 원인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이며 90% 이상이 HPV 6,11형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하는 HPV는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의 원인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본인 뿐 아니라 성관계 파트너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이 높다. 생식기 사마귀를 단순 피부질환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성매개성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택상 교수는 "최근 개방된 성문화, 성 인식의 변화로 인해 생식기 사마귀같은 HPV 관련 질환이 급증함에도 예방 접종 대상을 여성에만 한정적으로 적용해왔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남녀 모두에서 생식기 사마귀 및 HPV 관련 질환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HPV 관련 질환은 백신을 통해서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남성에서의 HPV 감염 감소는 여성의 질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서 적극적인 HPV 예방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