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외과가 ‘창문외과’로 개원한 이유?

올해부터 규제 완화…신체부위명은 사용 가능해

항문외과가 ‘창문외과’로 개원한 이유?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창문외과, 향문외과, 학문외과는 어떤 환자를 진료하는 곳일까?

창문·향문·학문은 모두 ‘항문’ 대신 사용된 단어다. 개원의들이 항문을 항문이라 부르지 못한 이유는 다름아닌 '법' 때문이다. 의료법은 특정 신체부위나 질환명을 병원의 이름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왔다. 의료법 제42조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의 의료기관 명칭 표시 관련 조항에 따르면, 특정 진료과목, 질환명, 신체부위와 비슷한 명칭은 병원명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병·의원의 상호에 기재할 수 있는 단어는 전문과목명으로 한정됐다. 

해당 조항들은 과장광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자, 전문성이 없는 의료인이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특정 질환명을 간판에 내거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차단 조치였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과목이 적힌 간판은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항문이나 치질 등의 단어가 들어간 간판은 없었다. 부득불 말을 비튼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동안 '창작의 고통'을 받아온 의원은 비단 항문외과가 전부는 아니었다. 탈모 개선과 두피 건강 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는 피부과의원이 ‘탈모드’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전례가 있다. 또 어깨와 목의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에 주력하는 정형외과는 ‘어목깨’이라는 상호를 내걸기도 했었다. 유방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원에서는 ‘목과슴’으로 목과 가슴을 암시하는 상호를 마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더이상 개원의들은 이런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에 의료기관의 상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병·의원의 상호를 규제하는 것이 영업불편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규제를 완화하면 환자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한 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부터 의료법 시행규칙 유권해석이 허용되면서,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문의인 경우에는 관련 신체부위명을 상호에 표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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