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미경 부회장과 이하늬 배우,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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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 이번엔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기생충’은 지난 10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 올해 아카데미의 승자가 됐습니다.

‘기생충’이 이정도의 성과를 낼 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기생충’은 지난 몇 달간 수많은 북미 지역·조합 시상식에서 100개가 넘는 상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만큼 아카데미에서의 수상 가능성이 커졌죠. 그럼에도 한국 감독과 한국 스태프, 배우들이 한국어로 제작한 한국영화라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이 결국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축제라는 점, 백인 남성 위주로 진행된다는 비판에 시달릴 정도로 보수적이란 점도 수상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였고요. 실제로 아시아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상을 받거나 다관왕에 오른 역사는 없었습니다.

기대가 작았기 때문일까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놀라운 성과에 모두가 공감하고 기뻐했죠. 문화계의 희소식에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외신도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도 종일 화제가 됐고요.

‘기생충’을 둘러싼 이슈 중 대중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두 명의 여성이었습니다. CJ 이미경 부회장과 배우 이하늬가 긴 시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머무르며 ‘기생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았죠.

먼저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맡은 이미경 부회장은 곽신애 대표에 이어 작품상 수상 소감을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대신 낯선 여성의 영어 수상 소감으로 시상식이 마무리된 것이죠. 대체 누군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곽신애 대표의 짧은 소감 이후 막이 올라가려 하자 톰 행크스를 비롯한 맨 앞줄 배우들이 “업(Up), 업(Up)”이라고 외치며 다른 이의 수상 소감을 듣고자 한 점도 이상적이었고요.

[친절한 쿡기자] 이미경 부회장과 이하늬 배우, 엇갈린 반응

이후 이 부회장이 아카데미 작품상의 수상 소감을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감독이 수상 소감을 직접 말하는 칸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은 제작자가 수상자 명단에 오릅니다. ‘기생충’의 작품상 트로피는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와 감독 겸 프로듀서를 맡은 봉준호 감독, 두 사람에게 전달됐습니다. 이미경 부회장은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고요. 그동안 이 부회장이 한국영화를 위해 애쓴 공로와 봉준호 감독을 향한 투자가 결실을 언급하며 충분히 자격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그래도 그 자리엔 봉 감독이 소감을 말하는 게 자연스러웠다는 의견이 교차했습니다. 동생 CJ 이재현 회장을 언급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았습니다.

이하늬는 시상식 이후 축하 파티에 참석해 논란이 됐습니다. 공효진과 함께 LA에 머물고 있던 이하늬가 ‘기생충’ 팀을 방문해 함께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죠. 하지만 이를 본 일부 네티즌은 ‘기생충’에 출연한 것도 아닌 이하늬가 축하파티에 참석한 것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이하늬는 사진을 지우고 “선배, 동료분들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올린 피드에 마음 불편하시거나 언짢으신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글을 남겼습니다.

결국 자격에 관한 문제입니다. 공적인 자리는 사적인 자리처럼 됐고, 사적인 자리는 공적인 자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기쁨을 드러내는 것도 그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비난을 받습니다. 자격을 갖췄다 싶으면 감독보다 더 앞에 나설 수 있고요. 우리는 ‘기생충’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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