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친절한 쿡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한순간에 아버지가 됐습니다. 숨겨둔 자녀의 존재를 뒤늦게 밝힌 연예인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5일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건 그룹 쿨의 이재훈이었습니다. 그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오래전 결혼했다는 사실과 자녀의 존재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이재훈은 "아내가 건강해지고 안정을 찾으면 결혼식을 하려고 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또 바쁘게 살다 보니 예식을 안 하게 됐다. 그러다가 2013년 아들을 낳으면서 흐지부지 넘어갔다. 결혼식을 올렸다면 공개적으로 알릴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친한 지인들만 알고 있었다"고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팬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재훈은 이날 팬 카페를 통해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그 사람과 함께 할 미래에 대해 많은 분들과 나누고 축복을 구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며 “아이가 생기면서 몇 번이나 고백을 결심했지만, 일반인으로서 타인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아내를 생각하다 저희 양가 가족 친인척 지인분들만 모시고 아주 작은 결혼식을 조촐히 치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반인 아내와 가족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들었고 하루라도 빨리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남편으로, 아빠로 당당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얘기도 꺼냈죠.

이렇게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됐다는 고백을 한 연예인은 더 있습니다. 그룹 리쌍 길은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3년 전에 언약식을 하고 작년에 아들이 생겼다”고 뒤늦게 가족 관계를 공개했습니다. 군 복무 중인 성준은 지난 3일 손편지를 통해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하던 중 아기의 소식을 알게 됐다”고 결혼과 임신 소식을 전했죠. 그룹 엑소 첸 역시 지난달 13일 손편지를 통해 팬들에게 직접 결혼과 소식을 밝혔고요.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고백을 연이어서 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유행이냐”, “자진 신고 기간이냐”라는 조롱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숨어지냈을 일반인 가족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는 반응도 많습니다. 11년이라는 가장 긴 기간 동안 숨겨온 이재훈에 대한 비판이 특히 큽니다.

이들 역시 대중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이재훈은 짧은 사과와 사실 확인 대신 그 당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길게 설명했습니다. 그가 아무리 솔직히 고백해도 그에게 실망하고 충격받았을 사람들이 많을 거란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과거엔 과거의 사정이 있던 것처럼, 이들에겐 지금의 사정 역시 존재하는 것이겠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들이 심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건 그들의 가족 때문일 겁니다. 연예인 남편, 연예인 아버지를 뒀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호칭을 부르지 못했을 가족들은 무슨 잘못인 걸까요. 계속 숨어지냈을, 지금도 숨어있을 말 못 할 사정의 연예인 가족들을 생각하면, 이 같은 ‘자진신고’ 기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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