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격리 반대에 “아산·진천 농산물 불매운동해야” 여론 역풍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 교민 격리 시설을 두고 지역 주민 반대가 이틀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이기주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인다. 급기야 ‘진천과 아산 농산물을 불매운동 해야 한다’는 역풍까지 불고 있다.

29일 트위터에 한 네티즌은 아산과 진천 지역 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은 한국인이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라”면서 “계속 교민 격리 수용 시설을 반대한다면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또 “아산과 진천에 관광도 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300회 넘게 리트윗됐다. 

아산, 진천 농산물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다. SNS상에는 30일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지역 이기주의에 물든 곳의 농산물은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아산과 진천 주민의 반대 입장을 전한 기사의 포털 사이트 댓글창에도 성숙한 시민 의식을 촉구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이런 식이면 교민들을 어디에 수용할 수 있겠나. 지역 이기주의가 부끄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감염이 안 되기 때문에 격리만 잘하면 문제없다. 무슨 방사선 물질 매립하는 것처럼 호들갑인가” “어려울 때일수록 돕고 살아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정부는 아산과 진천에 위치한 국가시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지역사회 이해를 당부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격리시설 선정에는 국가 시설이라는 전제 아래 ▲ 시설의 수용 능력 ▲ 인근 의료시설 위치 ▲ 공항에서 시설까지 이동 거리 ▲ 지역안배 등 요소가 고려됐다고 밝혔다.

또 “시설로 모시는 교민들은 기본적으로 입국 당시 증상이 없는 분들”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정부 조치에 대한 신뢰를 부탁드린다. 필요하다면 주민들께 설명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 강조했다.

우한 교민 격리 반대에 “아산·진천 농산물 불매운동해야” 여론 역풍그러나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천 주민 100여 명은 이날 오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지난 29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진천을 방문했다가 물병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산시를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양승조 충남도지사, 오세현 아산시장은 주민들에게 달걀과 과자 투척 세례를 받았다. 몇몇 주민들은 진 장관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민 40여명이 모여 전날 연 결사 반대 집회에는 교민들을 ‘환자’로 표현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도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전남수 아산시의회 부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이 왜 이곳까지 와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환자들이 아산에 오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정부합동지원단에 따르면 귀국을 희망한 우한 교민 720명 가운데 350~360명이 30일 전세기편으로 귀국한다. 우한 폐렴 증세가 없는 교민만 귀국해 임시수용시설에서 지낼 수 있다. 귀국한 교민들은 2주 동안 격리수용시설 건물 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외출, 면회는 금지되고 식사도 도시락으로 하는 등 사실상 감금 생활을 하게 된다. 의료진, 경찰관, 공무원들을 비롯한 지원인력 100여 명도 교민들과 마찬가지로 2주간 격리 생활을 한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 불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안전을 위해 2중, 3중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교민들은 엄격한 외부인 통제에 따라 생활한다. 그분들로 인해 지역주민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생기면 격리병원으로 옮겨 진단과 치료를 한다”고 부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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