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장바구니”…新자율포장 문화, 속비닐처럼 자리 잡을까

[2020 유통현장 르포] 포장용 테이프·끈 사라진 자율포장대…소비자 "적응 중이에요"

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A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혜화(43‧가명)씨가 가족들과 물건을 담는데 분주하다. 무거운 물건은 최근 구입한 대용량 장바구니를 사용했고, 가볍거나 부피가 작은 물건들은 종이박스에 담았다. 김씨는 “가벼운 물건들은 테이프‧끈이 없어도 전처럼 종이박스를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다”면서 “부피가 크고 파손 위험이 있는 것들은 장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크게 불편하지 않다”라고 평했다. 

대형마트가 이달 1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만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포장용 테이프·끈 사용은 이제 완전히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시행 초기 개별 테이프‧끈을 챙기는 ‘편법’도 생겨났으나, 이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하나씩 손에 쥐었고, 필요에 따라 종이박스를 섞어서 사용했다. 초창기 혼란이 있었던 모습에서 ‘新자율포장’으로 진일보한 양상이다. 업계는 향후 ‘속비닐 퇴출’과 같이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마트업계에 따르면, 시행 첫 주인 이달 초만 해도 소비자들의 강한 항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캠페인과 홍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인식도 상당 부분 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마트업계는 56L 이상의 대용량 장바구니를 내놓고, 보증금을 통해 이를 대여하는 등의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날 A 마트에서 만난 민정기(40)씨는 “(다회용) 장바구니의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면서 “무거운 것은 배달을 받곤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인도 장바구니”…新자율포장 문화, 속비닐처럼 자리 잡을까실제로 A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일평균 장바구니 판매량은 9000개에 달했다. 지난해 9월 판매량인 2700개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끈을 없앤 조치가 다회용 장바구니의 사용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기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3사에서 사용되던 포장용 테이프‧끈 등의 폐기물은 연간 658톤에 육박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개개인의 재활용률을 높여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A 대형마트는 전체 고객의 47%가 외국인인 곳이다. 특히 중국인이 공항철도와 가까운 이곳에서 과자와 라면 등의 식료품을 대량으로 구매해갔다. 이들 역시 포장용 테이프‧끈이 사라지자 마트가 마련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귀국길에 오르고 있었다. 인근 용산구에서 거주 중인 도성철(42) 씨는 “중국인들도 좋든 싫든 장바구니를 구입해, 고국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것 아니냐”면서 “장기적으로 장바구니 사용이 옳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다수의 소비자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이곳 자율포장대에서 만난 주모 씨는 “종이테이프 교체 등이 이뤄질 줄 알았는데, 아예 없앤 것은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것”이라며 “각종 선물세트 포장 등의 규제가 더 시급한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장바구니 사용이 꼭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워킹맘인 신미선(38‧가명)씨는 “장바구니도 결국 플라스틱이 아닌가”라며 “여러 번 사놓고 쓰지 않으면, 이마저도 낭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포장용 테이프‧끈 퇴출로 상당한 폐기물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지금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절반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장바구니 대신 테이프와 노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우려했는데, 그런 현상은 없었다”면서 “속비닐 퇴출과 같이 곧 소비자들 사이에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장바구니 사용이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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