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아주대병원 갈등, 권역외상센터 규모 탓”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국립권역외상센터는 능사 아냐”

“이국종-아주대병원 갈등, 권역외상센터 규모 탓”

최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사이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역외상센터의 규모가 작아서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역외상센터란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총상·다발성 골절·출혈 환자 등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 수술 및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갖춘 곳을 말한다. 정부는 2012년 11월 권역외상센터 선정을 추진했다. 2년 뒤인 2014년 2월 목포한국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권역별로 17곳을 지정해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14곳이 개소 완료했고 3곳이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국종 센터장의 발언을 두고 병원과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마찰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센터장은 “당장 닥터헬기는 고사하고 외상센터가 문을 닫아야 할 이유를 대보라고 하면 30여 가지를 쏟아낼 수 있다”며 “그걸 간신히 정책적 관심에 의지해서 뚫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하는데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권역외상센터 설립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한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여러 문제가 겹쳐 있지만, 권역외상센터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구에서 지금 규모의 2~3배 규모의 큰 센터를 7개 세우자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17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면서 센터의 규모를 축소했다.

김 교수는 “센터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본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아주대병원 말고 다른 병원도 유사한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다.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예산안은 지난해 645억원보다 축소해 614억원이 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편성 기준 인원을 줄여 예산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사 1인당 인건비 1억4400만원에 당직 등 수당은 별도로 지급하도록 변경해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권역외상센터 한 곳당 배치할 인원을 28명으로 잡았지만, 병원 현장의 의견을 들어 실질적인 운용을 위해 예산을 조정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절대적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도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면서 “또 다른 이유는 직업의 불안정성이다. 외상센터 인력을 진료교수나 임상교수 등 불안정한 신분으로 채용한다. 대개 신분 보장이 되지 않거나 신분 보장이 된다 하더라도 소위 좋은 자리가 아니다. 정부가 외상센터 사업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의사들 사이에서는 떠돈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돈 안 되는 중증외상센터,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누구나 중증 외상을 입을 수 있다. 누구나 불상사로 인해 분·초로 생사를 다투게 될 수 있다. 가장 빠른 이송 수단과 가장 발달된 의료장비, 가장 실력 있는 의사가 필요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 중증외상센터 지원방안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든지 국립병원에 중증외상센터를 짓든지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립외상센터를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립으로 짓는다 하더라도 결국 돈을 벌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다. 만약 해당 센터가 적자를 보면 나쁜 평가를 받게 되고 센터장은 해임될 것이다. 국립에 맡기면 돈 걱정 없이 잘 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등에서 국립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국종 센터장과 아주대병원 간의 특수한 관계에서 오는 문제점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문제의 근원은 결국 권역외상센터의 규모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손익 분석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정책연구를 진행했지만, 정부의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대책’ 이전에 한 발표라 인건비 지원·중증외상 수가 등이 반영되지 않았고 환자 수도 증가했기 때문에 이번에 손익 분석 연구로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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