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간 CEO 관심사는? 전자·통신 굴레 넘어 '연결, 협력'

삼성 '로봇', LG '디지털전환', SK '초협력' 등...한계 넘어 비상 강조

삼성전자가 내놓은 인공지능 로봇 볼리. 사진=삼성전자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간 CEO들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LG전자 김봉석 사장은 CE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나 통신의 경계를 넘어서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연결', '협력' 등의 키워드를 내놓았다. ICT산업의 발전을 위해 경계를 넘어 성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투영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7일 스마트홈 속에서의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지난해 로봇 제품이 나온다고 했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해 출시가 미뤄졌다"며 "올해 6~7월 정도면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전날 CES 기조연설에서 발표자로 나서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로봇 볼리(Ballie)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단일 로봇 기기보다 연결망을 더 강조했다. 그는 "볼리는 결국 스마트 싱스(SmartThings) 위에서 다른 기기와 연결해야만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볼리는 로봇 기능을 하지만, 그보다는 소비자와 상호 작용을 하는 기기(interactional device)"고 말했다. 

이는 인공지능 로봇 그 자체보다도 사물인터넷(IoT) 기반에서 펼쳐지는 스마트홈의 구현의 일환으로서 로봇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CES에서 삼성전자는 삼성봇(samsung bot) 플랫폼을 선보이며 노약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삼성봇 케어'와 실내 공기를 조절하는 '삼성봇 에어'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단일 기기만을 파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 휴대폰 등 무선기기, 로봇이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TV 등 다양한 기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AI) 퀀텀 프로세서를 적용한 QLED 8K TV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결합한 AI 퀀텀 프로세서를 탑재해 원본 영상 화질에 관계없이 8K 수준의 고화질을 선보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장은 "단순히 AI로 TV 화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TV로 집안 모든 기기를 연결해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 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기자간담회 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디지털 전환과 같은 능동적 대응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권 사장은 LG전자의 제품 중심 사업구조는 유지하되 변화하는 고객을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사업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예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하드웨어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 등이다. 이는 경계를 넘어 다양한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자는 뜻으로도 읽힌다. 

LG전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권 사장이 8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 사업에 대한 전략이 나왔다. 권 사장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으로 사업에 초점을 맞출까 한다"며 "산업용은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올 하반기 구체적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부스에서 주문받고 요리하는 로봇 '클로이(CLOi)'를 선보여 미래의 식당을 구현하기도 했다. 클로이는 주문을 받으면 면을 삶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면을 건져 올려 접시에 담아낸다. 이외에도 그릇을 분류해 식기세척기에 넣어주는 로봇, 바리스타봇 등을 구현해 레스토랑의 토털 다이닝 솔루션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LG전자의 강점인 주방가전 부문에서 이 같은 다기능 로봇의 구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일평 LG전자 사장(CTO)는 지난 6일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이 영향을 끼칠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업무협약을 맺은 캐나다 AI 스타트업 '엘레멘트 AI'와 손잡고 개발한 AI 발전단계는  △1단계 효율화(Efficiency) △2단계 개인화(Personalization) △3단계 추론(Reasoning) △4단계 탐구(Exploration) 등 총 4단계다. 

1단계에는 지정된 명령이나 조건에 따라 제품을 조작시키고, 2단계부터는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패턴을 찾는다. 3단계부터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4단계는 AI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하는 단계라고 보았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미래에는 기기가 사람에게 솔루션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 DD(Direct Drive) 모터를 적용한 트윈워시 신제품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의류 무게를 감지한 후 AI가 약 2만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류 재질을 판단하고, LG전자만의 세탁방법인 6모션 가운데 최적의 모션을 선택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은 '초협력'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히 AI 분야에서 초협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 이미 AI 관련해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이 이미 글로벌끼리 초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따로 해서 도저히 게임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년부터 시작됐는데, 우리만이 아니라 삼성도 마찬가지고 글로벌 회사와 다른 차원의 협력을 해야 한다"며 "저희와 3자 협력 분야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싱클레어 등 빅 플레이어와 협력을 맺고 비즈니스 모델을 넓히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아마존과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글로벌 전기차기업 바이톤과 협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박 사장은 7일인 전날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미팅에서도 AI 분야 초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의 주요 ICT 기업들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SK텔레콤이 초협력의 중심에서 그들을 연결하는 '하이퍼 커넥터(hyper connecter)'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텔레콤은 통신회사를 넘어 ICT복합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미 매출의 40%가 통신이 아닌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며 "ICT 사업 비중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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