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정민 “‘시동’에선 ‘박정민을 보여주는 연기’ 했어요”

박정민 “‘시동’에선 ‘박정민을 보여주는 연기’ 했어요”


배우 박정민의 두 번째 주연작인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웹툰 원작을 영화화한 만큼 ‘시동’에는 만화적인 캐릭터와 과장된 상황들이 가득하다. 자칫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를 땅으로 끌어 내리는 건 박정민이 맡은 택일이다. 박정민은 배우 마동석, 정해인, 최성은, 염정아 등 등장인물 한가운데에 서서 호흡을 주고받으며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풀어낸다.

그가 맡은 택일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반항아다. 자연스럽게 영화 ‘변산’, ‘타짜3’ 등에서 보여준 싸움은 못 하지만 거친 반항아의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인간 박정민을 숨겨야 하는 역할과 내보여도 괜찮은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동’의 택일은 후자였다.

“‘시동’에선 제가 고등학교 때 정말 친한 친구들과 껄렁거리면서 다녔던 모습들을 내보였어요. 그러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연기했죠. 그러니까 애드리브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요. ‘시동’이 영화 ‘사바하’나 ‘그것만이 내 세상’처럼 캐릭터를 많이 입는 역할이 아니잖아요. 둘 다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박정민을 숨겨야 하는 연기’를 하면 ‘나 오늘 뭔가 했어’하는 성취감 같은 게 있어요. ‘박정민을 보여주는 연기’는 현장에서 재밌죠. 카메라 앞에서도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연기를 하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좋아지고요. ‘시동’은 특히 마동석 선배님이 계셔서 웃음이 많았어요.”

‘시동’의 시사회 이후 박정민의 연기 방식을 눈치챈 반응들이 나왔다. 평소 알던 박정민의 표정이나 행동을 택일에게서 읽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정민은 그런 반응에 대해 “상관없다”고 답했다. ‘시동’에서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란 설명이었다. 대신 10대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저한테서 가끔 나오는 ‘아재 감성’이 있어요. 저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학교 생활을 했던 사람이니까요. 제가 그때 했던 행동들은 올드하니까 자제해야 했죠. 또 엄마(염정아)와 감정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너무 어른스럽게 하지 말아야 했어요. 다행히 제가 예전에 했을 법한 말들이 대본에 적혀있었어요. ‘내가 한 게 뭐가 잘못이야’라는 말은 예전에 했던 말 같았어요. 대신 제 나이가 보일 법한 건 모두 빼내야 했죠.”

박정민은 유독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맡아 왔다. 착실한 모범생보다는 조금 엇나간 반항아 역할도 많았다. 박정민은 스스로 선택한 결과는 아니라고 했다.

[쿠키인터뷰] 박정민 “‘시동’에선 ‘박정민을 보여주는 연기’ 했어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가진 특별한 이미지가 없잖아요. 아직은 박정민이라는 배우에게 씌워진 이미지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를 제작하시는 분들께서 맡겨주시는 거죠. 제가 세상에 불만도 좀 많아 보이고, 평범하게 자기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닐까요. 제가 ‘청춘을 대변합니다’라고 얘기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나 청춘들이 갖고 있는 불안이나 불만, 평범한 고민들을 같이 공유하는 면에 있어서 ‘이런 건 정민이가 잘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박정민은 9월 개봉한 ‘타짜: 원 아이드 잭’에 이어 ‘시동’으로 두 번째 주연을 맡았다. 대학 시절부터 다수의 단편 영화와 독립영화 ‘파수꾼’을 거쳐 상업영화로 진입하면서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결과다. 배우로서 갖게 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지금까진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앞으로를 보게 됐다.

“아무래도 제 이미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저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박정민이라는 배우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는 눈치는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영화를 열심히 찍는 배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젠 앞으로 찍을 영화들이 문제예요. 제가 어떻게 지금부터 저를 다스려야 할지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를 알리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어떻게 해야 앞으로 만들 영화에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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