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바다의 백조 ‘드릴십’

드릴십, A부터 Z까지

◆드릴십이란?

드릴십(시추선)은 깊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원유, 가스가 매장된 곳을 발굴하는 선박이다. 나무나 금속에 구멍을 뚫는 드릴을 배에 달아 시추를 하는 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보통 이 선박의 길이는 228~230미터, 폭은 36~42미터, 시추 타워(Derrick)를 제외한 선체의 높이는 18~20미터 정도다.

◆바다 밑에 구멍은 어떻게 뚫을까?

드릴십은 선박에 탑재된 시추 타워(Derrick)를 통해 수천 미터 해저까지 굴착을 진행한다. 타워에는 드릴링 파이프를 회전 시켜 실제 시추를 하는 탑 드라이브(Top Drive)와 드릴링 파이프를 결합하는 장비들이 탑재됐다.

특히 드릴십의 주요 설비인 관이 조립되는 곳이기도 하다. 라이저(Riser)로 불리는 이 관은 여러 개가 조립돼 해저까지 연결된 후 드릴링 파이프가 그 속으로 내려져 해저 시추가 진행된다.

시추 과정은 제일 먼저 해저에 얕은 구멍을 내 보호관(Casing)을 삽입해 시멘트로 굳힌 후 시추기반을 만든 후 시작된다. 이후 문 풀(moon pool)을 통해 라이저에 BOP(Blow out Preventer·폭발방지 장치)를 연결해 바다 밑으로 내려보낸다.

본격적인 시추는 라이저 내부의 빈 공간에 드릴 파이프가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드릴 파이프의 끝에는 드릴 비트(Drill Bit)가 달려있는데, 이 장비는 탑 드라이버의 회전력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암석을 파괴하며 굴착을 진행한다.

어느 정도 깊이까지 굴착이 진행되면 유정의 붕괴 및 원유와 가스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시추관을 끌어 올린 후 시멘팅 파이프를 유정 구멍에 삽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멘팅 파이프와 유정 벽 사이에 시멘트 반죽을 압축하고, 굳힌 후 안정된 구멍을 확보한다. 이후 구멍 지름은 처음 뚫은 것보다 줄어들고, 지름이 작은 시추관을 이용해 원유 및 가스가 매장된 곳까지 굴착이 진행된다.

◆시추를 마쳤다면?

드릴십은 ‘유정을 뚫는 역할’을 하는 선박이다. 기름을 퍼 올리는 것은 ‘바다 위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이하 FPSO)의 역할이다. FPSO는 원유의 생산·저장·하역설비를 담당하는 선박으로 자력 항해가 불가하다.

이에 따라 선주사들은 석유가 매장된 지역을 찾으면 예인선을 이용해 해당 해역에 FPSO를 고정한 후 선박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 설비는 자력 항해가 불가한 특성에 맞춰 파도가 거칠고 빙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보다는 온화한 지역 등 제한된 수역에만 투입되고 있다.

◆바다 위의 백조 드릴십?

드릴십은 업계에서 백조라고도 불린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드릴십도 드릴링이 시작되면 배를 한자리에 고정하기 위해 배 밑에 쓰러스터(Thruster)를 쉴 틈 없이 가동하기 때문이다.

쓰러스터는 선풍기를 배 밑에 거꾸로 달아놓은 모양이다. 360도 회전하며 실시간으로 선박의 위치와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프로펠러와 같이 추진을 위해 쓰이기도 한다.

이 장치가 가동될 때 드릴십은 7~8미터의 높은 파도가 치더라도 선체 내부에서 바깥에서 치는 파도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풍랑주의보가 발령되고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와도 멀쩡하니 바다 위의 백조라고 불릴만하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Q&A로 알아보는 바다의 백조 ‘드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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