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현주소', 민간회사 서비스 출시 시점에서 인사까지 ‘간섭’

관치금융 '현주소', 민간회사 서비스 출시 시점에서 인사까지 ‘간섭’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새로 취임했지만 금융권에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민간 금융회사들은 서비스 출시 시점에서 행장·회장 선임 등 인사까지 당국의 눈치를 보거나 지시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융회사들이 ‘금융기관’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쓴 소리까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A금융회사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정된 혁심금융서비스를 미완성으로 출시했다. 서비스 가입에 제한이 있지만 서비스 이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완성인 상태로 서비스 출시를 강행한 것. 하지만 소비자들은 서비스 출시 이후 가입 제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A금융회사는 ‘당국의 눈치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A금융회사의 서비스가 대표적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서비스 출시 시점을 늦추지 말라는 당국의 눈치가 있었다는 해명이다. A금융회사 직원은 “당국의 눈치가 보여 서비스가 다소 미완성이지만 출시했다”며 “금융회사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해명했다.

B금융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리인하권의 약정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발표 시점에 B금융회사의 비대면 시스템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 결국 미완성 서비스로 고객들만 불편을 겪었다. 

B금융회사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것에 대해 ‘당국의 질타가 우려됐다’는 입장이다. B금융회사 직원은 “특정 금융회사 때문에 당국이 추진한 과제가 늦춰지는 것에 대한 질타가 걱정됐다”며 “당국의 데드라인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국의 간섭 또는 지시는 비단 서비스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금융권은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당국의 개입 논란으로 뜨겁다. 민간 금융회사의 CEO 추천은 해당 회사 이사회의 고유권한이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두고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날 연임 가능성이 높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에 대해 “아직  시기를 정하지 않았지만 적절한 시기에 (금감원의) 입장이 있다면 (신한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회사의 CEO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사외이사들에게 당국의 인사방향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밖에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우려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3연속 내부 행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은 관료 출신 외부인사의 하마평에 휩싸였고, 나머지 금융공공기관에서도 민간 출신 기관장들이 밀려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를 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보는 과거 시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금융회사에 대한 당국의 ‘그랩’이 강해졌다”며 “당국이 금융회사를 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보면서 간섭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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