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허혈성 뇌졸중 진료 수준 높지만…“인프라 아쉬워”

OECD 국가 중 치명률 세 번째로 낮아

우리나라의 허혈성 뇌졸중 진료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치료환경 개선에 따른 결과”라면서도 뇌졸중센터나 인력 등 인프라 부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OECD의 ‘2019 한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질과 성과를 분석해 발표한 2017년 국내 의료 현황을 보면, ‘허혈성 뇌졸중’ 치료 질 수준이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혈성 뇌졸중은 뇌혈관 폐색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돼 뇌 신경세포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생명이다. 허혈성 뇌졸중의 30일 치명률(45세 이상 환자 입원 중 30일 이내 사망한 입원 건수 비율)은 급성기질환 진료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은 3.2%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 평균은 7.7%였다.

의료진들은 치료환경 개선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정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뇌졸중 30일 치명률은 2014년부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 사망원인 순위도 2위에서 암과 심장질환에 이은 3위로 떨어졌다”며 “발생률에는 변화가 없지만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국내 급성기 뇌졸중 치료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 이사장은 “가장 큰 이유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확산 때문이다. 수가가 미흡하지만 따로 책정을 받고 있고, 국내 뇌졸중안전망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집중치료실 설치 병원이 증가한 것 같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전체 250~300병상 정도밖에 안 된다. 600~700병상으로 늘어나야 전국 모든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역에 따라 뇌졸중을 집중치료 하는 시스템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뇌졸중 집중치료실은 뇌졸중진료체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뇌졸중학회는 급성뇌졸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집중치료실로 신속히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뇌졸중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약물 사용 기준 확대도 치료 질 수준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고대안산병원 신경과 이상헌 교수는 “급성기 혈전제거치료에는 크게 정맥 내 혈전용해술,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있다. 이를 시행하지 못하면 항혈소판제 등 보존적 약물치료만 시행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혈전용해술 시행 기준이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까지로 늘어나고, 이 시간이 지났더라도 6시간 이내에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확대돼 골든타임 내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5년까지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도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시행이 어려웠다. 그러다 미국에서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24시간 이내 시행 가능’이라는 기준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준석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급성뇌동맥폐색증’은 허혈성 뇌졸중의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데, 이 경우 혈전용해술 치료 성공률은 25% 이내다.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면 성공률은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치료환경이 더 개선되기 위해서는 ‘인력’ 등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준석 교수는 “허혈성 뇌졸중 치료는 대부분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인원과 장비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들은 곧 돈이라는 문제로 귀결된다”며 “이에 정부는 사망률 높고 질환 빈도도 높은 뇌졸중 치료 관련 예산을 줄이고, 그 반대의 외상센터 관련 예산만 늘리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뛰고 있는 뇌혈관 전문의사들은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교수도 “뇌졸중에 대한 국민 인식이 늘고 빠른 치료가 가능한 병원도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부족하다”며 “급성기 질환인 만큼 응급실 내 뇌졸중 전문 의사가 당직 형태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과중한 업무를 견뎌야 한다”고 토로했다. 

나정호 이사장은 “골든타임 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이용해 치료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의료서비스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며 “이에 뇌졸중학회는 지난해 9월부터 ‘뇌졸중센터 인증제도’ 사업을 실시하고, 인증 신청 병원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60개의 병원이 인증을 받았다. 우선 학회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추후 정부와 함께 진행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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