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이은미 “제 삶이 음악과 목소리에 녹아나길 바라요”

‘데뷔 30주년’ 이은미 “제 삶이 음악과 목소리에 녹아나길 바라요”

가수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로 불린다. 1994년 2집 음반을 내고 가진 공연에서 신발을 벗은 채 무대에 오르자 붙은 별명이다. 이은미는 첫 솔로 음반을 녹음하면서 처음으로 ‘맨발’이 됐다. 헤드폰에 들리는 발 구르는 소리가 너무 거슬려 신발을 벗은 게 시초다. 그에게 신발을 벗는 행위는 ‘자유로워지자’는 주문과도 같다고 한다.

이은미가 가요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1989년, 신촌블루스의 3집에 실린 ‘그댄 바람에 안개를 날리고’를 부르면서부터다. 1992년 1집 ‘기억 속으로’를 내며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2년 뒤 낸 2집 ‘어떤 그리움’으로 명성을 얻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록과 발라드를 아우르며 ‘애인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기억 속으로’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방송보다 라이브 무대에 더욱 친숙해 공연 횟수만 1000회에 달한다.

“세월이 차곡차곡 쌓여 30년이 됐네요. 요즘은 매일 기적 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난 이은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긴 세월에 마음이 무뎌졌을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때처럼 설레고 두렵다고 했다. 음악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곁을 지켜준 팬들을 향한 고마움, 감동 같은 것들이 그의 속에서 뒤엉킨 듯했다.

‘데뷔 30주년’ 이은미 “제 삶이 음악과 목소리에 녹아나길 바라요”이은미는 전국투어 콘서트와 새 음반으로 데뷔 30주년을 자축한다. 이미 광주와 부산 공연을 마쳤고, 내년 2월까지 인천, 전주, 서울, 대구, 평택, 울산, 수원, 진주, 의정부를 찾는다. 이후엔 해외 순방에도 나선다. 이은미에게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매우 각별하다. 얼마 전엔 부산에서 한 팬에게 손편지를 받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언니가 바라보는 세상을 언니의 음악으로 느끼며 이렇게 나이 먹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이은미는 “내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팬들은 이미 음악으로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10년 전, 20주년 기념 공연을 하면서 ‘내가 이제야 음악가가 됐구나’ 느꼈어요. 지금의 감정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 삶도, 음악가로서의 앞날도 이제 잘 마무리해 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공연 때마다 마지막이어도 후회 없을 무대를 만들자고 다짐해요. 무대 위에서 관객 여러분과 공감하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음악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음반 ‘흠뻑’도 작업 중이다. 지난 9월 이 음반에 실릴 ‘사랑이었구나’와 ‘어제 낮’을 선공개했다. 이은미는 “음악과 내가 서로 존중하며 나이 드는 것 같아 참 좋다”며 “그래서 오히려 데뷔 초보다 지금의 음악이 더욱 솔직하고 진실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전국투어와 함께 6~8곡의 신곡 작업을 마무리해 내년쯤 음반을 낼 계획이다. 자신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은 노래를 리메이크해 싣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대 위에선 ‘디바’로, 업계에선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는 투쟁가로, 광장에선 정치·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운동가로 살았던 30년. 이은미는 “내 개인적인 모습, 사생활은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저의 가장 추악한, 가장 지쳐있는, 또는 가장 행복한 모습이 저를 채찍질하고, 일어서게 하고, 다시 꿈꾸게 하기도 해요.” 이은미는 자신의 삶이 음악과 목소리에 녹아나길 소망한다. 자신이 언제나 팬들과 함께 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 재능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좌절하고 어렵습니다. 제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요. 하지만 공연을 하면서 제가 고통스럽게, 아프게 만든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얼굴과 목소리, 무대와 음악에 동떨어진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제 삶 자체가 제 목소리에 녹아나고 제 음악에 스며서, 그게 제 주름이 되고 목소리에도 윤기를 주길 바랍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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