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은 담도암, 빛으로 치료하니 7년도 살았다"

담도암, 90%는 진단 1년 내 사망하는데...광역동 치료(PDT)로 7년 넘게 생존

“7년째 살아계신 분도 계십니다. 70대 중반에 담도암을 진단받은 80대 환자분이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외래진료를 오십니다.”

담도암 분야에서 광역동(PDT·photodynamic therapy) 치료를 시행·연구해온 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간담췌내과 교수는 “광역동 치료에 대해 오해가 많지만 알맞은 환자에게 제대로 시행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삶이 아닌 보통의 삶의 질을 영위하는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담도암(담관암)은 간 내 담도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조기발견이 어려워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 환자의 80%가 4기 이상에서 뒤늦게 발견되고, 90% 이상이 진단 후 1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술을 받은 환자조차도 5년 생존율이 20%에 못 미치는 최악의 암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담도암은 진단 시 이미 많이 진행돼있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치료법을 찾다보니 광역동치료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담도암에서 광역동 치료는 실제 시술케이스도 제법 쌓였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잘 맞는 환자와 적정한 치료법이 결합됐을 때의 이야기다. 

광역동 치료(이하 PDT)는 질병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광과민제(광감각제)를 암 병변에 흡수시킨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PDT에 적합한 담도암은 따로 있다. 간문부(입구) 담도암, 그 중에서도 침습성 담도암과 점액분매성 유도상종, 또 쓸개에서 시작된 암이 담도를 막는 경우 등으로 담도암 환자 10명 중 2~3명꼴이다. 담도를 따라 진행되는 간문부 담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고난도암이다. 특히 담도폐쇄증이 나타난 경우 사망률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박 교수는 “환자의 생존율과 담도가 뚫려있는 기간이 비례한다. 담도폐쇄가 한 번 발생하면 계속해서 재발하고, 막힌 담도를 뚫은 뒤 아무리 좋은 스텐트를 넣어도 길어야 3개월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담도암은 항암제가 잘 듣는 암이라서 담도가 뚫려만 있어도 치료효과가 높아진다. 이때 광역동 치료를 병행하면 담도가 뚫려있는 기간을 보다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 교수가 국제광역학학회(IP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신대복음병원이 지난 10년간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 케이스 200례를 분석한 결과 담도폐쇄증에 일반스텐트 시술을 한 경우 담도가 뚫려있는 기간이 평균 170일이었으나, PDT를 병행한 경우 420일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 병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무진행생존기간도 PDT 환자(60명)는 13.5개월, 일반 항암환자(50명)는 6.8개월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치료방법도 중요하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광과민제는 6~8㎜ 정도만 괴사시킬 수 있어 두껍거나 깊은 암을 PDT로 사멸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담도를 풍선처럼 확장시키는 담도확장술을 접목시켰다. 담도를 부풀려 암세포의 두께를 임의로 얇게 만든 뒤 피부를 통해 접근하는 경피경관담도 내시경을 통해 빛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의외의 효과도 확인했다. 주변부의 미세한 담도에도 PDT효과가 전달된다는 점이다. 작은 담도는 육안으로 암세포 존재 여부를 알기 어려워 의료진이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PDT 시술 후 3~4일 뒤 PDT를 조사하지 않은 곳에서 암세포 사멸이 포착된 것이다.    

박 교수는 “담도를 확장시켜 두꺼워진 암 조직을 흩뜨린 후에 PDT를 시행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10년동안 시행했지만 담도가 터지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PDT를 직접 조사한 큰 담도가 아닌 주변부 작은 담도의 암세포가 사멸되는 부가적 효과를 확인했다. 담즙을 통해 빛에너지가 작은 담관으로 전도(Reflexion)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국제학회에 이를 보고했으며 현재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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